일그러진 총리 오찬… 세종시 수정안 험로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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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개정안 입법예고한 날
TK의원 초청… 대구 1명만 참석

■ “수정안 관철”
靑 설연휴 여론형성 총력전
친이 “토론 통해 당론 바꿀것”

■ “원안 사수”
민주-선진 “대국민 선전포고”
친박 “밀어붙이기 중단하라”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법안을 입법예고한 27일 한나라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했다. 그러나 대구지역에서 친박(친박근혜)계 박종근 의원 단 1명만 참석하면서 오찬은 ‘반쪽 행사’가 돼 버렸다. 대구 지역은 전체의원 12명 가운데 9명이 친박계다.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구상이 세종시 때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곳이다. 세종시 입법전쟁의 막이 올랐지만 앞으로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 한나라당, 사활을 건 여-여 투쟁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친이(친이명박) 친박계는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세종시 원안의 당론을 수정하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

친이계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치열한 투쟁과 토론이라는 변증법적 논리에 따라 훌륭한 결과(당론 변경)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 역시 “시끄럽다고 해서 피해갈 수도 없고 피해 가서도 안 된다.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집권 여당의 책무”라고 가세했다.

반면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세종시) 입장이 너무 첨예하다. 같은 식구끼리 분란만 가져온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같은 친박계 중진인 박종근 의원 역시 “(당내 토론을) 밀어붙일 필요가 있느냐”며 거들었다.

당의 주류인 친이계는 정부가 수정안을 2월 말∼3월 초 국회에 제출하면 토론을 거쳐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중립적 성향인 남경필 의원은 “수정안을 강제 당론으로 채택하려는 시도에 반대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처럼 ‘원안+α’를 내세우면서 당내 토론을 거부하는 것도 민주 절차에 어긋난다”며 양쪽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의화 최고위원 역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청와대, “타협은 없다”

청와대는 충청권 출신 비서관들을 꾸준히 현지로 보내 언론인 등 여론 주도층을 설득하는 등 여론형성의 분수령이 될 설 연휴를 앞두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청와대가 입법전쟁의 앞날을 낙관하는 징후는 쉽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찬성표 계산을 통해 확실한 통과를 자신할 수 없으면 표결에 부치지 못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원안과 수정안의 중간선인 ‘3∼6개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카드는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세종시 원안을 수정한 이유가 ‘행정 비효율’이었던 만큼 일부 이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참모는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야권, ‘친박’의 활약을 기대… 반대운동 계속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하는 한편 여-여 갈등 상황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친박 의원들의 뚜렷한 반대의사와 관련해 “권력자가 누른다고 (친박) 국회의원들이 표심을 바꿀 리 없다. (수정안은 표 대결 끝에) 부결될 거다”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입법예고 강행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입법 전쟁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라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2월 말∼3월 초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즉시 정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친박 의원 50여 명이 야권 공조는 거부할 태세여서 실제로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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