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세일즈외교, 다음 목표는 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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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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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싱가포르서 伊와 리턴 매치… “반드시 설욕”이 대통령 총력전 지시… 정상 설득 직접 나설듯

지난해 12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가 열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KIDA). 외교통상부는 이 대통령에게 새해 추가 원자력발전 수주와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수출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고 보고했다.

여기에는 원전과 함께 최첨단 항공기를 앞으로 한국의 경제력과 국격(國格)을 향상할 미래 핵심산업으로 보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최근 이 대통령은 T-50이 새해에는 꼭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를 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년간 2조 원을 들여 개발한 T-50은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의 고등훈련기 수주전에서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키 사의 M-346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기종 결정 막바지인 지난해 1월 UAE를 방문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서 “T-50 수출이 힘들 것 같다”는 급보를 전해 듣고 범정부적 지원책을 지시했던 이 대통령도 크게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관련 부처의 총력전에도 이탈리아의 물량 공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과 T-50의 인연은 서울시장 재직 때인 200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이던 그는 KAI를 방문해 T-50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KAI 관계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고 직접 조종석에 앉아 보는 등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 대통령이 T-50의 수출 실패를 교훈 삼아 UAE 원전 세일즈에 적극 나섰고 그 결과 프랑스를 상대로 역전극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올해엔 T-50의 세일즈 외교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T-50의 대당 수출가는 약 2500만 달러로 중형 승용차 1000여 대와 맞먹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현재 T-50은 싱가포르의 고등훈련기 수주전에서 또다시 이탈리아의 M-346과 경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2월 국제에어쇼 기간이나 늦어도 3월경이면 기종을 선정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고위 소식통은 “싱가포르는 성능 대비 가격 조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T-50이 유리하다”며 “UAE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싱가포르 수주전의 성패는 폴란드와 그리스, 이스라엘 등 T-50 구매 의사를 내비친 다른 나라들의 결정에도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탈리아가 M-346 판매를 조건으로 약속한 각종 산업협력 프로젝트의 진척이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최근 UAE에선 한국의 T-50을 선택했어야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탈리아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UAE가 기종 번복을 고려하거나 추가 도입사업에서 T-50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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