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주류 “국회가 할 일 대통령에 떠넘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정몽준대표 영수회담 돌출 제안에 파열음
민주 “회담 열려야 협상” 강경 목소리 커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16일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담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사전에 의제가 조율되지 않은 회담 개최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데다 당내 주류 의원들은 “이 대통령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면 상황이 악화된다”며 회담 자체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회담이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제대로 성사될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여야 모두 이번 회담에서 진심을 다해 충분히 대화하고 상대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광근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담은 국정 현안에 해법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런 회담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나서라는 것은 ‘여의도 정치’를 포기하는 것으로 모든 현안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주류 측의 한 당직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도 없이 덜컥 영수회담을 제의해 야당에 빌미를 주고 말았다”며 “살얼음판 같은 정국에서 당 대표의 돌출행동으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도 영수회담 변수로 협상의 동력이 빠진 것에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삼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편해하는 기류가 강하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외교나 남북 문제라면 몰라도 예산 문제는 여야 간에 다룰 문제이지 대통령 앞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며 “(4대강 사업 예산 문제는) 원내대표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민주당도 점거 후 전략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영수회담이 열려야 점거를 풀고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당내에서도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져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총에서 “이 대통령이 회담에 성의를 보일 때까지 소위 구성을 거부하고 (회의장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온건파인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여야 중진 의원이 제시한) 중재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뒤 협상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이강래 원내대표는 “생각이 서로 다르더라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달라”고 당부했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영수회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아 당내 분위기는 물리력으로 소위 구성을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