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방북에도 조용한 北언론, 왜?

  • 동아일보

클린턴 방북때와 딴판…“신중 접근” “신경전” 관측 엇갈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움직임이 좀처럼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북 인사의 동정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북한 관영 매체는 8일 오후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에 도착했다고 간단히 전한 이후 9일 밤늦게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의 이런 태도는 4개월 전인 8월 4일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와는 매우 다르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서 국방위원들과 만찬을 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소식 등을 매시간 신속하게 보도했다. 심지어 조선중앙통신은 이례적으로 다음 날 오전 3시 58분에 방북 결과를 전할 정도였다. 구금자 석방과 외교적 교섭이라는 방북 목적의 차이, 그리고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특사라는 방북 인사의 신분상 차이가 있지만 이런 북한의 보도 태도는 사뭇 대조적이다.

북측 매체가 보즈워스 대표의 움직임 보도에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매체를 통한 보도를 자제하는 것은 미국과 신중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때는 ‘선전전’으로 나섰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진지하게 협의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방북에 대한 북한의 보도는 인색하다. 북한은 심지어 공항에 누가 마중을 나갔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외신 사진에 나온 영접 인사의 뒷모습을 통해 정태양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을 뿐이다. 이 때문에 북한 매체의 침묵은 북-미 양측이 이번 대좌에서 지나치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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