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변수’ 심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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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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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원안추진이 충청 생각이지만… 법개정은 별개” 여운

앞으로 세종시 논란의 향배를 좌우할 ‘숨은 변수’ 중 하나는 무소속 심대평 의원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신의 총리 임명 문제를 놓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갈등을 빚은 끝에 탈당해 현재 무소속 상태로 있는 심 의원은 세종시가 들어설 충남 공주-연기가 지역구인 데다 민선 충남지사를 세 번이나 연임했기 때문이다. 그의 충청권에 대한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나왔을 때 그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충청권의 민심 흐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동안 세종시 수정 논란이 갈수록 가열되는 상황에서도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 온 심 의원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심 의원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금은 원안 추진이 충청인들의 생각이다”고 답했다. 그가 ‘현재 시점’을 강조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미래 시점에는 달라질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행정관료 출신인 심 의원은 “부처 이전을 핵심으로 하는 원안 추진을 안 해도 되느냐”는 물음에 “원안을 추진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그게 현재의 법이다”면서도 “법을 개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해 원안 수정의 여지를 남긴 듯한 속내를 내보였다. 그는 “법을 국회에 내면 된다(수정에 동의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는데 지금은 (뭐라) 할 수 없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 문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법 개정을 먼저 해야 한다”거나 “일하는 방식이 틀렸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심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내년 2월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이 총재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심 의원의 스탠스는 충청권의 맹주를 둘러싼 ‘이회창 당’과 ‘심대평 당’의 향배, 즉 정계개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심 의원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심 의원이 적절한 시점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호응하고 나설 경우 충청권의 여론을 반전시키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는 심 의원 문제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면 심 의원에게 잘 설명을 할 것이라는 원론적 얘기만 하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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