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위원 “행정기관 옮겨도 균형발전 못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 민관합동위 첫 회의

위원들 3시간 자유토론… 일부선 ‘원안고수’ 주장

행복청, 美-화교자본 접촉… “땅값 비싸 유치 어려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16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첫 회의에서 35차례에 걸쳐 국내외 기업과 대학, 병원을 방문 또는 초청해 설명회를 갖는 등 세종시 투자 유치를 위해 활동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잠재적 투자자의 의향은 확인했으나 조건 미비로 실제 유치 실적은 매우 미흡하다”며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세종시법)의 맹점을 담은 애로사항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자족용지 규모가 작거나 토지공급가격이 높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를 담았다. 일부 대기업은 세종시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재정지원이 특별법상 불가능해 난항을 보이고 있다.

○재미교포 330만 m2 요구했으나 땅 없어

행복청은 이날 대규모 화교자본 등 아시아 2개국 투자자들이 각각 첨단산업용지로 660만 m2(약 200만 평)를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세종시 계획에는 산업용지가 부족해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교육재단을 운영하는 한 재미동포는 대학 및 병원 용지로 330만 m2(약 100만 평)를 요구했으나 그만한 규모의 마땅한 땅이 없는 실정이다.

땅값이 비싸 투자 진척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한 녹색투자전문기업은 세종시에 793만4000m2(240만 평) 규모로 의료과학시티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으나 비싼 땅값으로 선뜻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KAIST도 땅값을 낮추기 위해 도로와 상하수도 등 도시 인프라가 없는 원형지를 저렴한 가격에 사겠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세종시법에 따르면 일부 공공기관을 빼고는 원형지 공급이 불가능하다.

오스트리아의 태양광 설비회사인 SSF사는 9월 정부와 태양광설비 생산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정부가 조세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어려워 논의 자체가 사실상 중단됐다. 삼성전기는 1400억 원을 더 투자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공업용수 공급시설 등 200억 원 상당의 인프라 설치비용을 지원할 수 없어 답보상태다. 행복청은 “현행 법과 계획으로는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투자 유치가 어렵다”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법·제도를 보완해서 대안을 만들어주기를 건의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관련 3시간 자유토론

이날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 첫 회의에서 16명의 민간위원들은 오찬을 포함해 3시간에 걸쳐 자유토론을 벌였다. 전반적으로 세종시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신중히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일부 민간위원은 원안 고수를 주장했다.

강용식 전 행정중심복합도시 자문위원장은 세종시 원안 추진 건의서를 작성해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전달했다. 강 전 위원장은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이전하지 않고 자족 복합기능만 생각한다면 세종시는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민간위원은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이 또 다른 지역의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고, 다른 민간위원은 “행정기관 이전을 전제로 토지를 제공한 지역주민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위원은 행정기관 이전이 오히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에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하거나 행정기관의 분산은 국가적인 비효율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野 “민관위 훈령 설치는 불법”

한편 민주당 등 야당이 “법령이 아닌 대통령 훈령만으로 총리 직속의 세종시 민관합동위를 설치한 것은 불법이다”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이석연 법제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 자체가 형식적으로 법률 위반은 아니지만 중대한 국가현안을 다루는 위원회이니만큼 법령인 대통령령으로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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