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 박찬숙 ‘정자3동’서 울었다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 재보선 표심 읍면동별 분석

양산 송인배 신도심서 우위
박희태 구도심-농촌서 강세

10·28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 수원 장안에서는 인구 밀집지역인 정자3동과 율촌동의 표심(票心)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5개 재·보선 선거구에 대한 읍면동별 투표 결과를 입수해 역대 선거 표심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 패인은 정자3동의 낮은 득표율

수원 장안의 승부처는 정자3동과 율촌동이었다. 정자3동엔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몰려 있고, 율촌동엔 성균관대 캠퍼스가 위치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유권자가 3만 명이 넘는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 이찬열 당선자와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의 표차는 두 곳에서만 4308표였다. 이는 전체 표차(5081표)의 85% 정도였다. 2004년 총선 이후 이 지역의 승패가 전체 선거 결과로 이어진 공식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정자3동과 율촌동의 득표 성향은 약간 달랐다. 한나라당은 정자3동에서 2004년 총선(8264표)과 2006년 지방선거(1만13표), 지난해 총선(8366표) 때 최소 8200표 이상을 득표해 왔다. 그러나 박 후보가 이번 재·보선에서 얻은 표는 기존 득표의 절반 수준인 4382표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 세 차례 선거의 평균 수준인 6323표를 얻었다. 이 당선자의 선전보다는 박 후보자 지지층 감소가 더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애 상태인 부인과 결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30, 40대 주부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학생 거주지역인 율촌동에서 박 후보가 평년작을 했다면 이 당선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거셌던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7028표)의 득표와 비슷한 수준의 6681표를 얻었다. 젊은 대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많이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 여당은 구도심, 야당은 신도심

경남 양산 12개 읍면동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386측근이었던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한나라당 박희태 당선자를 앞선 곳은 아파트촌이 많은 물금읍과 중앙동 2곳뿐이었다. ‘토착민’인 송 후보는 거주지인 서창동에서도 ‘외지인’인 박 당선자에게 패했다. 이번에 세 번째 출마한 송 후보의 득표수는 특히 물금읍과 중앙동에서만 17대 때보다 2900여 표, 18대 때보다는 9400여 표가 늘었다. 그러나 이 두 곳에선 2006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때 무소속 후보들이 강세를 띠었다. 20, 30대 젊은층의 지지후보가 선거 때마다 달라진 셈이다.

반면 박 당선자는 구도심과 농촌 지역에서 강세였다. 부산의 베드타운으로 팽창 중인 양산의 지역별 편차에 따라 ‘구여신야(舊與新野)’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총선 때 2위를 기록했던 무소속 유재명 후보자의 표 분산 과정도 흥미롭다. 물금읍과 중앙동에서는 유 후보자를 지지했던 표가 송 후보자 쪽으로 이동했지만 구도심과 농촌 지역에서는 박 당선자에게 옮겨갔다.

○ 한나라당 탈당 무소속의 변수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김경회 후보는 고향인 진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했다. 이는 한나라당 경대수 후보에게 큰 타격이었다. 확실한 지역 기반이 있는 무소속 후보가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양산의 무소속 김양수, 유재명 후보는 12개 읍면동에서 모두 3위와 4위를 차지하는 등 영향력이 낮았다. 강릉의 권성동 당선자는 18대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최욱철 전 의원의 강세 지역에서 득표가 두드러졌다. 지역기반이 탄탄한 최 전 의원이 권 당선자를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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