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정세균 “2 當 3 樂”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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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0·28 재·보궐선거에서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를 벌인다. 두 사람 모두에게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번 재·보선의 승리는 필수적이다. 패할 경우 두 정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 선거 첫 지휘 정몽준
대표직 승계받은 ‘반쪽 당권’… 선거 선전땐 입지 확고해져

● 라이벌 의식하는 정세균
‘투쟁노선’ 표로 인정받으면 정동영 - 손학규에 경쟁 우위


○ 정몽준, 차기 주자 발돋움 성패 달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잠을 잤다. 새벽 4시 이전에 기상해 새벽 기도를 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 신도들을 만나고 저녁에는 소주 폭탄주로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하다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의 참모들은 “정 대표가 초인적인 힘을 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권자만 보면 ‘젖 먹던 힘’까지 쏟아냈다는 것이다. 25일에는 충북 유세를 마치고 귀경하다 주민들이 괴산의 한 운동장에 몰려 있자 “이게 웬 떡이냐”며 차를 세우기도 했다. 한 측근은 “당 대표가 된 이후 처음 치르는 재·보선 아니냐. 정 대표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은 정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재·보선에서 여당이 약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2곳만 승리해도 ‘본전’은 하는 셈이지만 그는 3승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대표직을 승계받아 ‘반쪽 당권’을 쥐고 있지만 선거에서 이기면 당 내 리더십을 다지는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에 필적할 만한 차기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4곳 이상에서 패하면 당은 조기전대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의 입지도 무너질 수 있다.

○ 정세균, 선거 결과가 당 장악력 좌우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한 측근은 요즘 “정 대표의 심정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미디어관계법 처리에 항의하며 의원직 사직서까지 제출한 마당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대표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밤 12시까지 선거 지역을 누볐다. 정 대표 측은 “중부권 3곳(경기 수원 장안, 안산 상록을, 충북 4개 군) 중 2곳에서 이기면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세가 유리한 안산과 충북 외에 1승 이상을 거둔다면 정 대표의 리더십은 탄탄해진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와의 리더십 경쟁 구도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친노(친노무현)계인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경남 양산에서 승리할 경우 야권 연대 과정에서 친노 세력의 지분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하지만 2승이면 ‘사실상 패배’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성된 국면에서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함께 조기전대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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