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간에 복잡 민감하게 얽힌 사건”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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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못해준다” 침묵 왜?

○ 주변국과 외교마찰 가능성
○ 그랜드 바겐에 걸림돌 우려
○ 北도 침묵… 물밑협상 진행?

정부는 국가정보원과 해양경찰청의 북한 컨테이너 압수·검색 사실에 대해 극도의 보안 속에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정부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이번 사건의 배경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5일 청와대 핵심 참모는 북한 컨테이너 압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도 없고, 확인할 것도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확인할 게 없다는 건 이번 사건이 갖고 있는 가치의 경중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청와대에서 언급할 게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도 청와대와 입을 맞춘 듯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내용물 분석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관세청 당국자는 “정부 공식 발표 때까지는 전혀 확인해 주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가 간에 복잡하고 민감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이 중국 등을 경유해 한국에 기항하다 검색을 받은 만큼 외교·통상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특정국과만 공조하고 다른 주변국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압수·검색을 했거나, 관련국과 외부 공개를 하지 말자고 사전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컨테이너 내용물과 상관없이 압수·검색했다는 사실 자체가 공개된다는 게 외교적으로 상당히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대북 기조나 한반도 정세와 이번 압수·검색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 등을 제안하며 북핵 폐기에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평양 방문으로 북한을 국제 사회로 끌어내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수면 아래에 덮어두자는 것이다.

북한과 모종의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렸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북한도 사건 발생 보름가량 지난 지금까지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번 압수 물품의 실제 소유국을 확인하지 못해 정부가 함구하고 있다거나, 향후 대북 관계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제시하기 위해 외부 노출을 삼가고 있다는 설도 나온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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