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정희, 통일논의 독점하려 유신 선포”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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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권 대사 불러 설명회

“朴 ‘자주’ 실행할지 알수없어… 美원조 얻기위한 것인 듯”

북한은 10월유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번에 공개된 북한-동유럽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독점하기 위해 유신을 선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평양 주재 동독대사관과 불가리아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문서에 따르면 김재봉 북한 외교부 부부장은 남측으로부터 10월유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다음 날인 10월 19일 공산권 대사들을 불러 이 같은 사실을 설명했다.

김재봉은 “박 대통령은 야당이 남북대화에 참여하면 박 대통령과 북한의 1 대 1 대화가 아니라 북한에 유리한 2 대 1 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북한 조선노동당의 분석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독점하기 위해 야당세력과 언론의 자유를 없애고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10월유신을 국민투표에 부쳐 새 헌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남한 국민이 남북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통일을 위한 새로운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김재봉에 따르면 당시 북한 노동당은 박 대통령이 군사적 충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통일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한 체제를 만들려고 10월유신을 선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자주’를 표방했지만 실제 실행 여부는 알 수 없으며 미국과 일본의 원조나 차관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노동당은 판단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가만히 있으면 남한이 반공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며 북한 신문과 정당, 학생 명의로 ‘평화통일을 구실로 남한 인민을 억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동유럽 국가들에 알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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