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인명피해 배상요구 통할까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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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통보 안해 유엔협약 위반… 남북 가입안해 강제력은 없어
일부선 국제재판소 제소 거론… 외교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북한의 임진강 무단 방류는 남북한 합의정신뿐만 아니라 국가간 공유하천 이용에 대한 국제 규범도 어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지만 관련 국제 협약의 효력이 없고 제소 방법도 마땅치 않아 정부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 북한, 어떤 국제규범 어겼나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북한의 이번 행동은 공유하천 이용에 관한 국제법 이론 가운데 ‘중대피해 방지의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나라가 하천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에 중대한 피해를 끼칠 물 이용 행위를 중지 또는 예방해야 하는 ‘적정한 주의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다.

이 원칙은 국제협약에도 반영됐다. 1997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국제수로의 비항행적 이용법에 관한 협약’ 12조는 ‘한 수로(水路)국이 다른 수로국에 불리한 효과를 끼칠 수 있는 어떤 조치를 취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협약 7조는 ‘(가해국은) 손해가 일어났을 경우 보상을 위해 피해국과 협의해야 한다’로 돼 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이 협약을 거론하며 “북한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장관은 “관계 부처와 함께 국제법 등 모든 것을 판단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 협약의 구속력은 없어

그러나 1997년의 유엔 협약은 법적인 효력이 없어 이번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외교통상부는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협약은 35개국이 가입해야 발효되지만 현재까지 17개국만 비준서 등을 낸 상태”라며 “한국과 북한 모두 가입서를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을 통해 배상을 받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장관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합의를 해야 하고, (이와 별도로) 남한 또는 북한의 법정에서 사건을 재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고 배상한 판례를 수집하고 있지만 당장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제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동·서독의 하천 협력 사례 배워야

송민순 민주당 의원(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이번 기회에 남북 양국이 1997년 유엔 협약에 가입하자고 북측에 요구하라”고 제의했다. 송 의원은 이어 “과거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의한 엘베 강 등의 환경오염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검토해 보라”고 조언했다.

동·서독은 1970년대 이후 공유하천 관리를 위해 협력했다. 통일연구원이 2006년 발간한 ‘남북한 공유하천 교류협력 방안’에 따르면 동·서독은 1973년부터 다양한 중앙 및 지방 정부간 협약을 맺어 공유하천 관리에 협력했다. 특히 서독은 동독의 공유하천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재정을 투입했다. 남북도 1999년부터 임진강 수해방지 논의를 시작해 2004년 합의서를 체결했지만 실행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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