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운찬 논문 검증’ 헛발질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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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20년간 한편도 안써”→“검색 안돼 실수”

민주당이 8일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내세워 섣부른 공세를 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당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내정자가 20여 년간 논문을 한 편도 안 썼더라”며 “정 내정자 인사청문회(21, 22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굉장히 높은 만큼 ‘제2의 천성관’을 꼭 탄생시키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별렀다. 박 의장은 7월 청문회 때 천성관 전 검찰청장 내정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정 내정자 측은 “그동안 계속 연구 저술 활동을 해 왔으며 학술진흥재단 등재지를 비롯해 여러 곳에 논문이 게재돼 있다”고 해명했다. 정 내정자는 “논문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서울대 홈페이지의 교수 소개란엔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정 내정자가 쓴 논문 18편과 출간 서적(공동 저작 포함) 28권의 목록이 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논문 8편과 책 13권을 쓴 것으로 돼 있었다. 이에 박 의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도서관 전산망으로 정 내정자의 논문을 검색한 결과 1992년 제출한 딱 한 편밖에 검색이 안 돼 벌어진 일”이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한 당직자는 “이번 청문회에서 ‘정운찬 바람’을 꺾어놓지 않으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선거운동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끝날 수 있다는 조바심에서 그런 실수가 빚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내에선 정 내정자 청문회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에서 ‘정운찬 낙마’를 결의한 데 이어 8일 원내대책회의에도 정 내정자에 대한 철저 검증을 다짐했다. 하지만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 김효석 의원은 이날 “부자 감세에 반대하는 총리 내정자와 배치되는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의 인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엉뚱하게 강 특보 임명을 문제 삼았다. 더욱이 일부 의원 사이에선 여전히 “정 내정자가 (김영삼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 뛰쳐나와 민주당에 합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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