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호 30일 만에 속초항 무사귀환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9분


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북한 경비정에 끌려간 지 한 달 만인 29일 속초항으로 돌아온 ‘800 연안호’ 선장 박광선 씨(오른쪽)와 선원들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속초=안철민  기자
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북한 경비정에 끌려간 지 한 달 만인 29일 속초항으로 돌아온 ‘800 연안호’ 선장 박광선 씨(오른쪽)와 선원들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속초=안철민 기자
NLL 침범경위-北생활 이틀째 조사
경비함 4척 호위해 도착
선원들 “빨리 돌아와 기뻐”
3분간 가족과 짧은 만남

지난달 30일 기기 고장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끌려간 지 30일 만에 무사 귀환한 ‘800연안호’ 선원 4명이 30일 이틀째 조사를 받았다. 군, 경찰, 정보기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29일 오후 강원 속초항으로 돌아온 선원들을 모 군부대로 옮겨 NLL 침범 경위, 북한에서의 생활 등에 관해 조사하고 있다.

선원들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귀가시킬 예정이지만 전례에 비추어 볼 때 해양경찰에 소환돼 수산업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받게 된다. 연안호는 현재 속초항에 정박 중이며 조사가 끝난 뒤 선원들에게 인계된다. 선원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연안호는 29일 속초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연안호와 선원 4명은 이날 오후 5시경 고성군 저진 북동방 16마일(약 30km) NLL상에서 북측으로부터 속초해경에 인계됐고 오후 8시 25분경 속초항 해양경찰 전용부두에 접안했다. 연안호는 연료가 충분한 데다 엔진에 이상이 없어 자력으로 운항했으며 해경의 500t급 경비함 등 4척이 호위했다.

지역 어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배에서 내린 박광선 선장(54)은 “정부와 관계기관,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빨리 돌아와 기쁘다”고 귀환 소감을 밝혔다. NLL 침범 경위에 대해선 “관계기관의 조사에서 진술하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고성군 거진항 선적의 29t급 오징어 채낚기선 ‘800연안호’는 지난달 30일 오전 6시 27분경 위성항법장치(GPS) 고장으로 저진 동북쪽 37km상의 NLL을 13km가량 넘어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장전항으로 예인됐다.

한편 선원들은 29일 밤 모처에 마련된 면회장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을 만나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상봉 시간이 3분가량에 불과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선원들을 면회한 가족들은 “선원들이 한 달 동안 바깥 생활을 전혀 하지 못했는지 피부가 이전보다 하얘졌다”며 “자신들이 송환된다는 것을 하루 전날(28일)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선장의 부인 이아나 씨(49)는 “너무 기쁘고 이제야 (남편이) 돌아온 게 실감난다”며 “선원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 지난밤에는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웃음을 찾았고 가족들 모두 편하게 잤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편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수척해졌다. 선장으로서의 책임감 등이 겹쳐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면서 “남편이 귀가하면 맛있는 음식부터 해주고 지친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선원 이태열 씨의 부인 조현옥 씨(45)는 “남편이 편찮으신 노모의 안부를 묻고는 울음을 터뜨렸다”며 “결혼 21년 만에 남편이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상봉 순간을 전했다.

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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