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협력 진전’ 金위원장이 먼저 할 일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북한 조문단을 만나 핵문제 해결 요구를 포함한 정부의 대북(對北)원칙을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서울에 온 북 조문단도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에 앞서 남북 관계 주무장관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현안을 논의했다. 작년 2월 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당국 간 대화여서 남북 경색을 푸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인지 관심을 갖게 한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은 북이 이 대통령을 역도(逆徒)로 표현하며 줄곧 적대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북이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만 하지 않았어도 남북관계가 이 지경으로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의 남한 금강산 관광객 사살, 개성공단 근무자 및 800연안호 선원 억류도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

북은 이번 남북 접촉 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김대중평화센터와 접촉해 조문단을 파견했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할 고위급 인사를 보내면서도 우리 정부와는 사전 접촉을 피했다. 정부를 대표할 수 없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5개항에 합의한 뒤 우리 정부에 실행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남북협력의 진전을 바란다’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김 위원장이 남북협력을 진전시킬 의지가 있다면 화해를 가로막는 요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우선 6자회담에 복귀하고, 선원을 석방하는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이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번 대화는 의미를 잃게 된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민감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비밀에 부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그 내용을 국민 앞에 성실하게 설명하고 금후의 대북 정책에도 연막을 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평화센터 인사들이 북측과 나눈 대화도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 북측과의 대화도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 및 신뢰 위에서 진전시켜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고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를 외면한 지난 두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북의 도발을 ‘퍼주기 방식’으로 무마하려 해서는 저들을 변화시킬 수 없음이 이미 증명됐다. 조문단 접촉에 흥분해 그간 보여 온 일관성을 잃거나 북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국제 제재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일을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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