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37일 동안 말 한마디 못나눠 恨”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15분



이희호 여사, 한때 자리 눕기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사진)는 19일 이틀째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임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87세(DJ보다 두 살 연상)의 고령에 남편을 잃은 슬픔이 겹쳐 잦은 기침을 하는 등 쇠약해졌지만 이 여사는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이 여사는 18일 DJ 서거 직후 오열하다 한때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빈소가 차려지자 곧장 일어났다. 이날 밤 빈소를 찾은 여성계 인사들에게 “간병하는 37일 동안 대통령의 눈빛은 한없이 맑았다. 하지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한마디 말을 듣지 못한 것이 마음의 한(恨)으로 남는다”고 애석해했다고 한다. 이 여사는 지난달 13일 DJ가 폐렴 증세로 입원한 이후 줄곧 병원 20층 병실에서 토막 잠을 자왔다. 그러면서도 하루 두 차례씩 DJ를 면회하고 매일 수백 명의 문병객을 맞는 등 병원 내 일을 꼼꼼히 챙겼다. 17일 오후 4시경부터 DJ의 각종 생체지수가 서서히 떨어지자 이 여사는 밤새 남편의 쾌유를 빌며 기도했다고 한다.
DJ는 지난해 11월 출간된 이 여사의 자서전 ‘동행’ 출판기념회에서 “고난을 이겨낸 힘이 된 것도 아내요, 내가 영광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도록 내조를 한 것도 아내”라고 모든 공을 이 여사에게 돌렸다. DJ가 6년여의 옥중 생활에서 이 여사에게 보낸 모든 편지의 첫 문장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아내 이희호’로 시작됐다. DJ가 영면할 때 그의 두 손을 감싸고 있던 것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내’ 이 여사가 병간호를 하면서 떠준 베이지색 벙어리장갑이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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