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커지는 고민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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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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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당 안팎 ‘10월 경남양산 재선거 출마’ 신중기류 확산

“문재인-김두관 등 친노후보에게

만에하나 패하면 엄청난 후폭풍”

여권, 제3의 인물 공천 방안 검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사진)가 경남 양산 10월 재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본인은 출마할 생각이 강하지만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박 대표 자신도 28일 “아직 출마를 결정할 시기가 아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여권은 4월 재·보선 참패가 공천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월 재선거에서는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각 예비후보 진영에서 여론조사를 했지만 박 대표에게 우호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도 박 대표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9일 “박 대표가 10월 재·보선에서 낙선할 경우 당과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이런 분위기를 박 대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영남에서 친노(친노무현) 후보에게 질 경우엔 당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라며 “현재로선 박 대표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아 제3의 인물을 공천하는 방안도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에 인접한 양산은 30, 40대 유권자 비중이 높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부산 경남(PK) 지역에서 여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선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17대와 18대 총선 때 양산에서 두 번 연속 타 지역 출신을 공천했던 게 남해 출신인 박 대표의 이 지역 출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노 진영의 도전 또한 거센 편이다.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친노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또 양산에서 두 차례 출마했던 송인배 전 대통령사회조정2비서관도 공천 여부와 관계없이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여기다 18대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으로 출마해 차점자로 낙선한 유재명 전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이 지역 17대 의원이었던 한나라당 출신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출마를 강행할 태세여서 박 대표가 출마해도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10월 재·보선에서도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표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출마 결심을 굳히고 주변에 “8월 말까지만 당 대표직을 맡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하지만 출마 상황이 여의치 않자 최근에는 “출마하더라도 당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표가 10월 재·보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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