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이런 인사 청문회 언제까지

  • 입력 2009년 7월 14일 17시 02분


◆동아논평: 이런 인사 청문회 언제까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천 후보자의 고가 아파트 매입 경위, 지인 및 친인척과의 돈거래, 주민등록 위장전입 등에 관한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따졌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군색하고 들을수록 의문만 커지는 해명으로 일관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천 후보자가 참으로 딱해 보였습니다.

청문회 결과에 대해 야당에서는 '재산 의혹 백화점 후보자'라는 총평이 나왔습니다. 검찰총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얘기죠. 여권에서도 "여론이 걱정된다"는 말이 나왔지만 전례로 볼 때 "위법이나 비리 사실이 확인된 것이 없다"는 이유와 함께 적절하다는 의견을 낼 겁니다. 그게 대한민국 인사청문회 수준 아닙니까.

15억5000만 원이란 거금을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빌려줬다는 사업가 부부와 같은 비행기로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에 대해 천 후보자는 "같은 비행기를 탔는지 모르겠지만 부부 동반으로 골프여행을 다니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우연이었다면 기가 찰 노릇 아닙니까. 그밖에도 천 후보자의 돈 거래는 하나 같이 왜 그리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TV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아마 다른 고위공직자에게 천 후보자와 같은 의혹들이 제기됐다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천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은 갖췄는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과 주변에 대한 관리와 도덕성에 대해서는 결코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갑자기 검찰총장으로 낙점을 받는 바람에 주변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이 천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다면 청문회에서 그를 감싸기에 급급했던 한나라당과 대통령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이한동 국무총리 서리를 시작으로 10년째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는 여전히 여야의 정략적 접근과 통과 의례식 검증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청문회를 개혁하지 않고 언제까지 이대로 계속해야 할까요.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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