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로 묶인 미사일 사거리 풀리나

입력 2009-07-07 02:57수정 2009-09-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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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과 맺은 미사일협정 개정 논의 가능”

미국이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제한하는 한미 간 미사일협정의 개정 문제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에서 공식 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미사일 주권론’이 본격 제기된 이후 미국이 미사일협정의 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6일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는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의원보좌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미동맹과 관련한 현안 브리핑을 통해 “한미 간 미사일협정의 개정문제를 SCM과 군사위원회(MCM)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SCM은 양국 국방장관이, MCM은 양국 합참의장이 각각 참석하는 한미 군 수뇌부 간 정례협의체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미사일협정 개정 문제를 제의할 경우 한미 군 당국 간 또는 그 이상의 양국 정부 간 협의를 거쳐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브리핑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의 초청으로 여야 의원보좌관 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 회의실에서 1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기지 이전 등 현안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군 고위 소식통은 “주한미군도 미사일협정의 개정 문제에 적극 공감을 표시한 만큼 이르면 올해 10월 개최되는 제41차 SCM을 시작으로 한미 양국이 미사일협정의 개정 협의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사일협정의 족쇄에 묶여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은 1970년대 미국과 ‘사거리 180km, 탄두 중량 500kg 이내’의 미사일만 개발하는 내용의 미사일협정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박정희 정부는 당초 사거리 300km 이상의 미사일을 독자 개발하겠다던 목표를 평양까지 닿을 수 있는 180km로 축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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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1월 재협상을 통해 제한 사거리를 300km로 늘리는 데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했다. 1998년 북한의 대포동1호 발사가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한국군의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250∼300km, 2003년 미국에서 도입한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도 사거리가 300km에 그친다.

사거리 300km의 미사일은 유사시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없어 남북 미사일 전력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북한 전역을 타격하려면 미사일 사거리가 최소 550km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남북간 미사일전력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기지를 수m 오차로 파괴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왔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탄두중량 500kg 이내에서 미사일협정에 따른 사거리 제약을 받지 않는다. 특히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계기로 1000km급 이상의 순항미사일의 개발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순항미사일은 음속의 7∼8배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느려 요격되기 쉽다.

반면 북한은 이미 1980년대 옛 소련제 기종을 모방한 스커드B(사거리 300km)와 스커드C(500km) 미사일을 개발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 이어 1993년에는 일본까지 타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을, 1998년에는 대포동1호 미사일까지 시험 발사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사거리가 3000km에 달하는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릴 만큼 발전했다. 북한은 4일 중·단거리 미사일 7발을 무더기로 발사하면서 정확도를 대폭 개선해 유사시 한국의 주요전략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사일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4월 국회 답변에서 “(미사일협정 개정 문제를)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심각하게 생각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최근 한국에서 제기되는 ‘핵 주권론’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주권론’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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