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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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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증요법 아닌 평소 생각 국민에게 나중에 밝힐것
전작권 전환-행정중심복합도시는 예정대로 진행”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청와대 회동은 1시간 40분 동안 배석자 없이 진행됐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물론이고 국정쇄신 논란 등 국정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운영 구상을 비교적 솔직하게 밝혔다.
▽ “장관 수시로 바꾸는 것은 도움 안돼”=이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종전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청와대 주변에선 당장 인사수요가 급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인사를 먼저 한 뒤 7월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및 개각을 순차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직접 “장관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국정 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언명함에 따라 7월 개각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개각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임명권자의 뜻이 확고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선제적 인사가 필요한 때다” “국면전환도 필요하면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정치인 입각이 필요하다” 등 한나라당을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갖가지 목소리들에 대해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관급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국세청장에 내정됨에 따라 개각 요인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후임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은 개각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개각이라는 큰 틀이 아니라 빈 구멍을 메우는 식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기의 문제일 뿐 개각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정기국회와 10월 재·보궐선거, 내년 지방선거 일정 등 임기 5년의 국정 시간표를 감안할 때 꼭 ‘국면전환용’이 아니더라도 개각 타이밍이 다가왔다는 이유에서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교체설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 일각에선 아직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관측이기 하지만 보수대연합 및 충청권 공략 차원에서 자유선진당 심대평 의원(전 충남도지사) 등의 이름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또 법무장관 후임에 이번에 검찰총장 인선에서 탈락한 권재진 서울고검장 등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등 경제 부처를 제외한 사회 부처 장관들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대국민 담화) 기회가 되면 국민에게 입장 밝힐 것”=이 대통령은 개각설을 일축하면서도 ‘근원적 처방’과 관련해 “기회가 되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해 언제 어떤 식으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태도를 밝힐지도 관심거리다. 이 대통령은 ‘근원적 처방’에 대해 “대증요법적인 얘기가 아니고 근본적인 것이다. 갑자기 생각한 게 아니고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얘기한 것이다”고만 했다.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 개헌 등의 시나리오가 마련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비례대표 지역 할당제’ 등의 검토를 지시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대통령의 구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예정대로”=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당의 이 총재는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에 대해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노무현 정권 때의 천도와는 다른 것이고,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것 아니냐”면서 “기관이전 고시를 빨리 해야 한다. 세종시를 결국 안 하겠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당초 계획대로 현재 진행 중이다.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동안 청와대 주변에서도 세종시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도 했으나 이 대통령은 세종시 건설 계획은 당초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는 충청권의 민심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 “전시작전권 전환 무효로 할 수는 없지만….”=이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한미) 두 나라 간 합의된 사항이므로 무효로 할 수 없다”면서도 “남북 관계가 어렵게 되면 동맹국으로서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이 전환 시기 연기에 공감대를 이룬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청와대는 “연기에 대해 공감대가 생긴 것은 아니다”며 “한미 전시작전권 재조정 문제는 당초 계획대로 이행되며 그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해 반영하길 기대한다는 게 정확한 우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5자회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나 대북관계가 여러 예민한 부분이 있기에 선언에 들어가지 않은 것뿐”이라며 “5자회담을 하겠다는 뜻과 내용에 대해서는 방미 직전에 중국에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