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독재자… 모두 들고 일어나라” 발언에 정치권 회오리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靑 “화합 앞장서야 할 분이 국민분열 조장”

YS “DJ 이제 입 닫아야” - 이회창 “독재 말할 자격없어” - 박희태 “과거 회상하다 환각”

정세균 “원로 말씀 경청하라” - 박지원 “與는 통합정치 했나” - 민주, 여권 비난에 반격나서

12일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전날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작심한 듯 국민에게 “민주주의가 위기이니 모두 들고 일어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反)이명박, 반(反)한나라당 세력의 총결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6월 정국에 새로운 대결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 “전직 국가원수가 혼란 야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국민 화합에 앞장서고 국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셔야 할 전직 국가원수가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오히려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김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김 전 대통령이 몇 차례 현 정부를 비판하는 말을 했을 때는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색을 하고 문제 삼았다. 그만큼 청와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변인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 비판 발언들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 들고 일어나서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자”라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 수석비서관은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유도해야 할 분이 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아 전직 대통령 발언으로 믿기 어렵다”며 비판했다고 한다.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와 미국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에 대해 다른 수석비서관은 “북핵 개발이 6·15공동선언 이후 본격 시작된 일인데 국외자처럼 논평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북한의 인권문제와 세습 등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530만 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마치 독재정권인 듯이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석비서관들은 또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은 법치와 다수결”이라며 “국회를 포기하고 길거리에 나가서 장외정치를 하는 야당을 걱정하고 꾸짖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YS, 이회창도 가세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씨는 이제 자신의 입을 닫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조국을 사랑하는 국민이 그 입을 닫게 하고야 말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국민 몰래 뒤로 혈세를 5억 달러나 독재자 김정일에게 상납하고 만난 것이 6·15정상회담”이라고 비판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속내는 좌파정권 10년과 현재를 대비해 좌우 대립과 투쟁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입이 열 개라도 독재를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국가정보원이 불법 도청을 해서 정치 공작까지 했던 김대중 정권 시절이 민주주의 시대이고 지금은 독재인가”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난 발언이 쏟아졌다. 박희태 대표는 “현실 정치에 있지도 않은 독재자를 향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돈키호테적 사고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김대중 씨 발언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말없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발언들을 자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격 나선 민주당

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정세균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가 원로께서 충정에서 말씀하시면 경청하고 잘 받들어 국정에 반영할 생각을 해야지 이러쿵저러쿵 경우에도 없고 예의 벗어난 말씀을 하신 것은 참 가관”이라며 “철없는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이미경 사무총장도 “말씀의 진의를 파악하고 쇄신하기보다는 상식 이하의 막말로 국가 원로에게 마구잡이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한나라당을 보면 교양과 양식이 없다”며 “국가 원로이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도 한 말씀 하셨는데 이렇게 막말 쏟아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가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말이 분열이라고 했지만 그러면 자신들이 언제는 통합의 정치를 했느냐, 모두가 남의 탓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선숙 의원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오만과 무능, 독선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외환위기 사태를 불러온 전직 대통령이 외환위기 사태를 극복한 전직 대통령에게 번번이 독설을 일삼고 있는데 실패한 전직 대통령이야말로 침묵하는 것이 도리”라고 맞받았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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