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침묵한 박근혜 입에 다시 관심 집중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조기전대 ‘친박계 대표 추대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의 전당대회 참여를 전제로 물러날 수 있다는 ‘조건부 사퇴’ 뜻을 밝힌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이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이나 대리인을 당 대표로 합의 추대하겠다는 당 쇄신특별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현 지도부는 사퇴하고 9월 정기국회 이전에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지난달 초 조기 전대와 관련해 “이미 태도를 밝혔다”고 말한 뒤 계속 침묵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조기 전대에 반대한다. 친박 측에선 “문제는 당 화합이 안 돼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주도하는 여당이 국정운영을 잘못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라면서 “본질 회피 차원에서 전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4만 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당 대표를 ‘화합형 전대’ 운운하면서 추대 형식으로 나가는 것은 당헌 파괴적 발상으로 쇄신이 아니라 개혁 후퇴”라며 “대표 사퇴라는 지엽적인 문제로 관심이 쏠리면 진짜 쇄신이 필요한 대통령과 국정운영 기조의 쇄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직접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지금까지 고수한 원칙과 맞지 않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 박 전 대표 측의 조기 전대 참여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 홍사덕 의원이나 김무성 의원 등이 대리인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 측은 조기 전대가 이재오 전 의원에게 정계 복귀의 길을 터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눈치다.

친이 측에선 ‘화합형 전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희태 대표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친이 직계 의원들은 대체로 찬성하지만 친이재오 성향의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연합체인 ‘7인회’는 신중한 분위기다. 친이계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화합형 전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대를 열면 누구나 참여할 자격과 권한이 있으며 만약 (이재오 전 의원 등에게 출마의) 제한을 둔다면 참정권 제한이 돼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통화에서 “정몽준 최고위원도 출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친박 대리인을 화합형 대표로 추대하는 것은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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