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쇄신요구 급속 확산… 靑은 ‘잠잠 모드’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의 6월 정국’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지만 여의도 동향은 심상치 않다. 일부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까지 가세한 당정청 전면쇄신 요구도 일회성으로 지나갈 분위기가 아니다.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원희룡 위원장은 3일 오전 박희태 대표를 만나 청와대의 대대적인 인사쇄신과 당 지도부 사퇴 등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친이계 의원들로 구성된 최대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도 정기 간담회를 갖고 당 쇄신론에 동참했다.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21’도 1박 2일의 모임을 가졌다. 당 지도부도 쇄신론을 마냥 거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정청 쇄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쇄신을) 언제, 어떤 모습으로 할지 구체적인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당정청이 국민, 특히 고통 받는 서민 속으로 들어가 서민과 아픔을 같이하고 서민의 복리를 위해 일하는 당정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태 대표는 사무총장 이취임식에서 “바깥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퍼붓는다고 당이 우왕좌왕하고 자신 없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다면 이는 집권여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의 쇄신 파동은 4일로 예정된 의원 연찬회가 큰 고비가 될 듯하다. 청와대도 내심 긴장한 채 이런 당내 기류를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은 여론수렴의 창구다. 경청하고 있다”며 “다만 국정을 최종 책임지는 청와대로선 결정을 내릴 때 숙고해야 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결단을 내리겠지만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개각을 비롯한 인적쇄신이나 대국민담화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아직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잠잠 모드’로 있지만 일각에선 “일부 의원들이 쇄신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민정수석실 등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은 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국민의 가장 큰 갈증은 역시 경제”라며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도 있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국민을 바라보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원칙론을 거듭 강조했지만 민심을 수습할 묘책은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따라서 경제 살리기와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전념하면서 당분간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