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노무현 전대통령의 특별한 인연

  • 입력 2009년 5월 29일 18시 06분


서울광장 노제에서 조창 '추억'을 부른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 안숙선 명창(사진). 이날 조창으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작과 끝을 판소리로 함께 했다.

안 명창은 2003년 3월 노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판소리 형식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하여'를 부르며 참여정부의 서막을 열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는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오찬자리에서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평양에 갔을 때 노 전 대통령이 너무 어려워 멀찍이서 바라만 봤는데 대통령께서 불쑥 팔을 잡아당기며 '안 선생님 이리 오세요. 사진 같이 찍어요'라고 하셨어요. 그 때 사진을 보물처럼 거실에 걸어놓고 즐겨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안 명창의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며 특별한 인연을 쌓았다. 안 명창은 "공연이 끝나면 대통령께서 꼭 무대 뒤로 오셔서 '잘 봤다'며 단원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며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말 동네 아저씨처럼 소탈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이날 부른 '추억'은 명창 고 임방울 선생이 연인을 저승으로 떠나보내면서 지은 판소리 형식의 노래. 무대를 내려온 안 명창은 "가시는 길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드리고 싶었지만 이런 노래는 끝내 부를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의 얼굴엔 땀과 눈물이 함께 흘러 내렸다.

신광영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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