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으로 탄두 소형화 진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 美 핵기술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소장 인터뷰노동미사일 탑재 가능 수준
폭발력은 목표에 못미친 듯

“북한이 2차 핵실험으로 노리는 것은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소형화(miniaturization) 기술입니다. 북한은 이미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진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1992년부터 17년간 이라크와 북한의 핵문제를 다뤄온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사진)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은 폭발력 분야에서 진전을 이룬 것이 분명하지만 소형화 및 정밀화 분야에서도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을 1∼2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수준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핵실험 성공 주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kt으로 산정한 폭발력은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잠정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은 원하는 수준의 폭발력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당시 북한은 적어도 4kt 정도의 폭발력을 원했지만 1kt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수 kt, 추정컨대 1∼2kt의 폭발력을 얻은 것 같다.”
―이번 핵실험에서 북한이 역점을 둔 분야는….
“북한은 폭발력보다는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소형화 기술 쪽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6년 핵실험에서 발견된 오류를 시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 보는 데 이번 핵실험의 주안점을 두었다.”
―플루토늄 사용량은 어느 정도였나.
“북한이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2006년 실험에서는 2kg을 사용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핵실험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라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던지려 한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핵무기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본다.”
―세 번째 핵실험 가능성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은데….
“조만간 또 한 번의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5, 6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군부에서는 1차 핵실험 이후 추가적인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했던 것으로 안다. 6자회담의 진행 상황 등 국제정세와 내부적인 정치 동인을 고려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결단을 내린다면 얼마든지 추가실험을 할 수도 있다.”
▼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물리학자 출신으로 공학적, 기술적 차원에서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권위자. 1996년 민간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이라크 핵사찰관으로 활동했고 1992년부터 1997년까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라크 핵사찰단의 일원으로 핵 문제를 다뤘다.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1997년), ‘핵분열 물질과 북핵 퍼즐’(2000년) 등 저서가 많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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