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北, 왜 하필 남한 ‘喪中’에 핵 터뜨렸나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서거’ 세계이목 이용?

미국 현충일에 맞춰?

25일 오전 6시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게 조의(弔意)를 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2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북한은 하필이면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에 2차 핵실험을 강행했을까.

북한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핵실험을 하면서 최대의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을 게 분명하다. 만약 남한 정세까지 감안했다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국에 집중된 시점을 활용하려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한국 내의 ‘정부 비판’ 기류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는 핵실험을 일부러 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 시기를 사전에 결정한 뒤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하 핵실험을 위해선 땅속에 많은 케이블과 계측장비를 설치하는 등 치밀한 계획 아래 철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남한 정세는 꼭 고려해야 할 변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6월 4일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재판을 앞두고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주 월요일)를 D데이로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2006년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한국 기준 5일)에 맞춰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아 올렸고 ‘콜럼버스 데이’인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당시 노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의 포용성이 더 있다고 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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