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새벽에… 점심시간 짬 내… 전국에 애도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대한문 앞 조문 행렬전국 곳곳에 차려진 분향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 주변에서 길게 줄을 서서 조문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대한문 앞 조문 행렬
전국 곳곳에 차려진 분향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 주변에서 길게 줄을 서서 조문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전국 270곳 분향소 조문행렬
봉하마을 사흘간 38만 명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흘째를 맞은 2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빈소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운영을 합해 전국 270여 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김해시에 따르면 25일까지 사흘간 봉하마을을 다녀간 조문객은 38만 명에 이른다.
○ 끝없이 이어지는 봉하마을 조문객
평일임에도 봉하마을에는 많은 조문객이 몰렸다. 전국에서 몰려온 조문객들은 진영공설운동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부터 내린 뒤 1km가량을 걸었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 속에서 30∼40분씩 기다려야 했지만 이들은 차분하게 분향을 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이거나 엷은 화장을 한 채 출근 전에 조문을 하려는 젊은 직장인도 많았다.
이날 오후 8시 40분경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1989년 평양 세계 청년학생 축전 때 방북했던 임수경 씨가 빈소를 찾았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찬조연설을 맡았던 ‘부산자갈치 아지매’ 이일순 씨도 빈소에 헌화했다.
새벽에 입관식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시신이 안치된 마을회관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권양숙 여사는 하나하나 냉정하게 판단하고 정리하시고 있다”며 “꿋꿋이 현 상황을 버텨내고 있다”고 전했다.


○ 전국의 추모 물결
이날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정부 분향소에도 각계 인사와 시민 8000여 명의 조문이 이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노무현 정부 고위 각료와 한승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 임채진 검찰총장, 강희락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이 다녀갔다. 또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황식 감사원장, 정정길 대통령실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이만섭 전 국회의장, 유인태 전 의원,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등도 조문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의 제지로 전날 봉하마을에서 발길을 돌렸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오후 2시 반경 분향소를 찾아와 “충격적이고 비통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 민주주의의 목소리를 미국에 각인시켰고 한미 동맹에도 큰 역할을 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도 조문객들은 얼음물을 마시거나 부채질을 하며 순서를 기다렸다. 전날 분향소 옆 인도 일부를 점유했던 경찰이 철수하면서 대한문 앞은 여유가 생겼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에 설치된 임시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다. 점심시간이 되자 직장인들이 분향소에 몰려 일대가 크게 붐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은 이번 주 개최하려던 봄 축제 일정을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뒤로 미뤘다.
○ 자발적으로 만든 국민 분향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공식 분향소가 아니라 스스로 사무실, 학교, 단칸방 등에 간이 분향소를 차리는 사례도 많았다.
중국 유학생 김준용 씨(19)는 베이징 우다커우에서 유학 중인 친구의 단칸방에 분향소를 차렸다. 탁자 위에 영정 사진을 놓고 국화꽃을 준비했고 명복을 비는 플래카드도 마련했다. 김 씨는 “대사관에서 공식 분향소를 만들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용돈을 털어 분향소를 직접 차렸다”고 말했다.


각 대학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3층 복도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 초 두 개와 향로가 조촐하게 준비됐다. 대학 측과 총학생회가 나서기 전에 한 학생이 책상을 빌려서 만들었다. 서울대 외에도 전국 주요 대학들이 총학생회나 학교가 나서 분향소를 차렸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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