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모든 영욕 뒤로한 채… 지난 1일 언론 앞에 선 마지막 모습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르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든 영욕을 뒤로한 채 눈을 감았다. 검찰 조사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이 1일 오전 5시 55분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도착해 사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언론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어제 오전 6시 40분 봉하마을 사저 뒤 봉화산 30m 절벽서 뛰어내려
오전 9시 30분 병원서 타계… “여러 사람 고통 크다, 원망 마라” 유서
李대통령 “애석하고 비통한 일”
검찰 “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9시 30분 서거(逝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퇴임 이후 생활해 오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인근의 봉화산 부엉이바위 절벽에서 30m 아래로 투신해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오전 9시 반 서거했다. 향년 63세.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봉하마을로 옮겨졌으며 빈소는 마을회관에 마련됐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전직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유족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봉화산 등산에 나서기 전 자신의 컴퓨터에 짤막한 유서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오전 11시경 양산부산대병원에서 공식 발표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오늘 오전 5시 45분경 사저에서 나와 봉화산에서 등산을 하던 중 오전 6시 40분경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이며 경호관 1명이 수행 중이었다”면서 “오전 8시 13분경 병원에 도착했으나 9시 반 서거하셨다”고 밝혔다. 백승완 양산부산대병원장은 “도착 당시 의식이 없고 심장 박동도 없었고 머리 중앙에 11cm 정도의 열상이 관찰됐다”며 “두개골 골절과 뇌좌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4일 퇴임한 뒤 고향인 봉하마을 사저에서 생활해 왔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은 이달 말경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검찰은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으로 믿기 어렵다.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고 지시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양산부산대병원으로 내려가 문 전 실장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