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봉하마을 “대통령님! 대통령님!”

  • 입력 2009년 5월 23일 18시 07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하루 종일 탄식과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곳곳에서 한숨과 함께 "대통령님! 대통령님!"을 외치며 통곡했다.

▽슬픔에 빠진 봉하마을 =서거 소식이 알려진 오전 9시경부터 봉하마을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와 관광객 등 2000여 명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대부분 "무리한 검찰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중학교 후배인 박영재 진영읍 번영회장은 "너무 맘고생이 심했던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50년 지기 친구인 이재우 진영농협조합장도 "내 친구가 그렇게 떠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봉하마을에서 2㎞거리인 진영읍내도 충격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읍내 대창초등학교와 진영중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창초교 후배인 안상철 씨는 "무리한 검찰수사가 노 전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한 것 같다"며 "도저히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경 친노 인사인 배우 문성근 씨가 마을 방송을 통해 유서 내용을 발표하자 봉하마을은 한동안 침묵에 빠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지며 통곡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고개를 숙인 채 묵념을 하는 관광객도 많았다. 오전 10시부터 마을방송을 통해 진혼곡과 추모곡이 흘러나오자 마을 분위기는 더욱 숙연했다. 일부 주민은 사저가 보이는 곳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임시분향소는 오후 4시경 봉하마을 회관 앞에 마련됐다. 이날 오후부터 최철국 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명계남, 이기명 씨 등 참여정부 때 관료와 친노 인사들이 방문한 뒤 눈물로 오열했다. 봉하마을이 지역구인 최 의원은 "가족들이 모두 수사를 받으면서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귀향한 뒤 농사와 환경정화활동을 하셨는데 최근엔 사저에서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오래하셨다"고 애통해했다.

▽통곡의 운구행렬=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노 전 대통령 시신을 싣고 출발한 운구차는 오후 6시15분경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마을주민과 지지자, 관광객들은 운구차 양옆에서 북받치게 눈물을 쏟으며 노 전 대통령을 외쳤다. 상당수의 지지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검은색 리무진 차량 뒤를 한동안 따라 걸었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오후 5시경 봉하마을 사저로 도착했다. 휠체어를 탄 채 마스크를 쓰고 사저로 들어갔다. 오전 남편의 시신을 확인한 뒤 실신했던 권 여사는 오후 안정을 되찾았지만 눈물을 흘리며 노 전 대통령을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에 대한 간호는 노건평 씨의 부인 민미영 씨가 맡으며 위로하고 있다. 구속집행정지결정이 나 밤 늦게 봉하마을 자택에 도착한 건평 씨도 동생의 장례 준비를 도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 인근 봉하마을 관광안내소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글로 가득 찼다. 노사모 회원뿐 만 아니라 주말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많은 글을 남겼다. "편히 쉬세요."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이젠 편히 잠드세요." "민주주의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이제 역사가 평가할 겁니다." "여전히 사랑합니다." 등이었다.

▽봉하마을 현장검증=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추락한 봉화산 부엉이바위 일대에 경찰관 30여 명 투입해 등산로를 통제하고 봉화산 일대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봉하마을 일대에는 현재 수사 관계자와 경찰병력 300여 명이 사망경위와 장소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추락지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윤희각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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