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 전면차단 수순 밟나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공단 폐쇄하나” 비관론 커져
北 “南측 태도에 달렸다”…협상가능성은 남겨둬

■ 개성공단 운명 어떻게

개성공단의 운명이 기로에 섰다. 남북이 지난달 21일 첫 당국 간 회담을 가지고 2차 회담을 논의하는 동안 개성공단 주변에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퍼졌다. 북측이 요구하는 경제적 이익 증진과 남측이 요구하는 현대아산 근로자 A 씨 석방이 협상을 통해 맞교환되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의 국면 전환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15일 북한의 일방적인 계약 무효 선언에 따라 북한이 계획적으로 ‘공단 폐쇄’ 또는 ‘남측 기업 추방’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에 대한 비관론 커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선언은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며 남북관계 전면 차단의 적신호”라고 우려했다. 비관론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파쇼’로 규정한 남한 보수정권과의 대화를 포기했으며 지난달 21일 이후 개성공단 위기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할 방안을 모색해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통지문에서 “위임에 의하여”라고 밝히며 최고지도부의 의중임을 시사했고, A 씨가 모종의 임무를 위해 위장 잠입한 인물이라는 뉘앙스를 풍겨 근로자 억류 문제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차단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로 남측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보수 진영의 대북 비난 여론이 커짐에 따라 이번 협상을 북한과 대화를 회복시키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입지는 줄어들게 됐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임금과 토지사용료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자체적인 판로와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한계기업은 ‘퇴출’이 불가피하다. 일부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기업도 근로자 신변 위협과 계약의 불안정성 등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바이어와 투자자를 잃을 판이다. 이 경우 북측의 의도와 관계없이 남측 기업들의 대규모 철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앞으로 북-미관계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남 관계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며 따라서 개성공단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은 북한이 가진 유일한 공단다운 공단”이라며 “북한이 공단의 폐쇄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북한은 임금과 토지이용료 등을 적절한 수준에서 인상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만 남겨 돈벌이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북한은 통지문에도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통지문은 ‘북남 사이의 실무접촉이 결렬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을 뿐 결렬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또 ‘이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더 험악하게 번지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남측에 공을 떠넘겼다. 북한은 개성공단 관련 법규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수정하더라도 일정한 시점의 미래부터 적용하거나 A 씨 석방 문제를 공단과 관련한 남북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18일로 제안한 2차 당국 간 회담에 북한이 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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