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책임론’ 추스르고…민주 ‘책임론’ 되레 커지고…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MB, 박대표와 6일 회동 ‘선거후유증 줄이기’ 나서

4·29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나타냈는지는 1일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역 선거 결과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거나 흔들리지 않겠다”면서 애써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심 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 뚜렷해 보인다. 경북 경주 재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한 청와대 정무 라인과 민정 라인, 공천에서부터 선거운동까지 총지휘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대통령은 휘청대는 당의 중심을 잡아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이 대통령이 6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기로 한 것도 이럴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당을 잘 운영하라고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박 대표도 큰 틀의 현 지도체제는 유지하되 최고위원을 제외한 주요 당직자 개편 등 당 쇄신책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특히 박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를 대거 당직에 중용하는 화합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재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들을 끌어안지 못할 경우 6월 비정규직법안과 미디어관계법안 처리, 10월 재·보선 등을 뚫고 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친박 측의 협조 여부다. 박 대표의 화합책이 먹혀들지 않을 경우 친이-친박 갈등이 훨씬 노골화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 등 인사쇄신 카드를 꺼낼 것인지도 주목된다. 1월 경제부처 개각 때 당에서 정치인 입각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은 경제 각료 중심이고 소폭 개각이기 때문에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어렵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민심 수습과 내년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할 경우 ‘6월 개각’이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라인과 사회 부처 개각, 청와대 정무 라인 개편 등의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6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외교 라인 개편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쇄신 가능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장관을 한 명 바꾸더라도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라며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비주류, 호남참패론 들어 ‘정동영 복당’ 지도부 압박▼

민주당이 ‘안방’이나 다름없는 호남지역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컨설팅업체 등 외부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4·29 재·보궐선거에서 기초의원과 도의원 자리를 민주노동당에 내준 광주 서구, 전남 장흥군의 지역사무실에 경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 시의원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무소속과 민노당에 연거푸 패배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비주류는 이날부터 ‘호남 참패 책임론’을 들어 지도부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복당 허용을 압박했다.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연대 공동대표 이종걸 의원은 “전주의 민심이 정세균 체제를 탄핵한 만큼 정동영 전 장관의 복당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과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지금은 수도권 선거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라 호남 참패에 대해 반성해야 할 때”라며 정 전 장관 복당 허용을 요구했다.

정 전 장관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복당 의사를 표시했고 재선거도 끝났으니 지도부가 정국 상황을 다시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뉴 민주당 플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 장애물이 있다면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맞대응하기보다는 당 체제 정비를 통해 안정을 꾀하면서 정 전 장관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5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이 정 전 장관의 복당 허용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측에서는 이미경 김부겸 의원이, 비주류 측에서는 이강래 이종걸 의원이 각각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사무총장으로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 과정에 간여했던 이미경 의원은 이날 “정 전 장관의 복당은 옳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고, 김 의원은 “지금은 복당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이강래 의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복당의 길은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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