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로도 존재 증명한 ‘선거의 여왕’ 박근혜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 선거지원 ‘거물’들 성적표

이상득 위상 흠집 불가피
정몽준 영향력 한계 노출
손학규 부평을 승리 수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힘이 경북 경주에서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측면 지원한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29일 친이(친이명박) 직계인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박 전 대표의 ‘무위(無爲)의 정치’ ‘한마디 정치’가 이번에도 통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게는 자신들의 결속력과 힘을 재확인한 ‘쾌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가 박 전 대표에게는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친박계 일부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 대신 무소속 후보를 경주까지 내려가 도왔고, 박 전 대표도 경주 선거에서는 소속 당 후보를 지원하지 않고 사실상 중립을 지켰다. 이를 두고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미필적 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친이와 친박계가 다시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선거 이후 촉발될 당내 갈등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가 5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것을 두고도 “재·보궐선거 후폭풍에서 한발 비켜 서 있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전 대표처럼 경주 지원유세나 지지발언을 하지 않았던 이상득 의원은 자신의 직계이기도 한 정종복 후보가 18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패배하면서 ‘친이계 좌장’으로서의 위상에 흠집이 났다. 특히 친박계와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이 의원의 리더십이 친이계로부터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 의원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컸던 친이계 의원들이 이 의원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럴 경우 원내대표 선거는 친이-친박계 간 치열한 세 싸움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국회의원 재선거 유세전에 나섰던 정몽준 의원은 당내 자신의 위상에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절감해야 했다.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던 울산 북에서도,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에서도 정 의원의 지원유세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선거와 경기 시흥시장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부평과 시흥에 살다시피 하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떠난 민주당을 지키며 지원유세를 벌였다. 경기지사 출신으로서 수도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이후 은둔하던 손 전 대표가 이번 선거로 현실정치에 완전히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손 전 대표와 함께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당내 정치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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