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계약 재검토 주장 문제점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1] “임금 올려준들 혜택은 北당국이 챙겨”

[2] 개방 않고 中만큼 받나

[3] 경제규모 비해 과다요구

[4] ‘계약 안정’ 원칙 어긋나

[5] 인질과 연계 비인도적

북한이 21일 남북 정부 당국 간 접촉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특혜 조항과 현대아산 등과 맺은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경제 원리와 사회 상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①정치적 리스크 무시=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이 월 70여 달러로 중국(200여 달러)이나 베트남(150∼170달러)보다 낮은 것은 북한의 ‘국가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중국과 베트남은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개혁 개방을 통해 시장경제로 전환했다. 북한은 1인 독재체제에다 대외 개방의 수준도 낮고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적 기준이 되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은 중국이 ‘A+’, 베트남이 ‘BB’다. 1970년대부터 외채를 갚지 못하고 있는 북한은 등급조차 받지 못했다.

②경제 규모 무시=국제통화기금(IMF)이 밝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이 3315달러, 베트남이 1040달러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에 따른 경제위기를 겪어 국내총생산(GDP)이 급감하고 기반산업이 붕괴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북한 근로자의 명목 월급은 시장 환율(달러당 약 3000원)을 적용해 1∼3달러에 불과하다.

③계약 안정의 원칙 어긋나=북한은 2002년 스스로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에서 근로자 임금인상률을 연간 5%로 제한하고 토지사용료를 2014년까지 10년 동안 유예했다. 입주기업들은 “투자를 결정한 핵심 이유인 두 조항을 갑자기 바꾸자는 주장은 ‘계약의 안정성’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④도덕적 비난 불가피=북한의 주장이 현실화되면 2000년부터 사실상 공단을 만들어 온 현대아산과 최근 입주한 경쟁력 낮은 기업 등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사안인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와 인도주의적 사안인 현대아산 직원 A 씨 문제와 연계해 돈 얘기를 꺼내 들었다는 점도 개운치 않다.

⑤임금 올려도 근로자는 가난=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 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있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기껏 해야 얼마 벌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한 기업이 지불하는 70여 달러 가운데 실제로 근로자 손에 들어가는 것은 시장 환율로 2∼3달러 수준의 돈과 일부 국영 상점용 쿠폰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가의 손에 들어간다. 이런 불공정 구조는 임금을 인상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이 군사적 요충지에 공단을 허용하고 각종 특혜를 준 것은 ‘우리민족끼리’와 ‘화해협력’이라는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정상선언의 정신에 근거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이들 남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재검토에 나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또 예상보다 입주 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은 것을 파악한 북한이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 변경을 요구할 권리는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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