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선거 한 달 반 앞으로…여야 거물들 귀환하나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한나라 “2 + 1곳 반드시 승리한다” 총력전

민주당 鄭 “원내서 도울테니…” 丁에 전화

《4·29 국회의원 재선거가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울산 북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전주 덕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재선거에선 거물들의 복귀와 함께 공천 과정에서 복잡한 계파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희태 대표 울산북구 출마 마음 굳힌듯

인천부평을 車전문가 ‘깜짝공천’ 할수도

여권 표 결집-야권 후보단일화가 변수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4·29 재선거’ 목표를 ‘2+1곳 확보’로 정했다.

5개 선거구 가운데 전북 전주의 2곳을 뺀 영남권(울산 북, 경주)과 인천 부평을에서 이기겠다는 것이다. 박희태 대표는 울산 북구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어 이번 재선거를 정국 주도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2+1’ 확보 총력=박 대표 측 핵심 인사는 15일 통화에서 “박 대표가 울산 북구 출마로 거의 기울었다”며 “이번 주에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울산 북구에 마음을 두고 있는 이유는 이곳의 여당 지지세가 탄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이 지역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47%의 지지를 얻을 정도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라며 “아파트 인구 유입으로 17대 총선 당시 8만8000명이던 유권자가 11만여 명으로 2만 명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울산은 정몽준 최고위원의 텃밭(동구)이었다는 점에서 정 최고위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경주도 한나라당이 기필코 이겨야 하는 선거구로 꼽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박 대표가 울산에 출마할 경우 인접한 경주 선거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여론조사를 해 보면 한나라당의 정종복 후보와 친박(親朴·친박근혜)계 무소속인 정수성 후보가 경합세를 보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연령별로 20, 30대는 정종복 후보를, 장년층 이상에서는 정수성 후보가 우세”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층을 최대한 결속하고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천 부평은 한나라당 약세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역 민심을 확실히 끌어당길 수 있는 ‘깜짝 공천’을 하면서 집권당 프리미엄을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서는 14, 15대 의원을 지낸 이재명 우리담배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사장 출신이어서 지역 최대 현안인 GM대우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야권 공조, 여당 표 분산이 관건=울산 북구는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면서도 노동운동의 본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과 민주노동당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 등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가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구도가 인물 중심에서 보혁 대결로 바뀌면 박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다.

박 대표 측은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이념 갈등이 아직 결론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가 돼도 내부에 틈새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경주는 황수관 박사 등으로 분산된 여권 표를 어떻게 결집할지가 관건이다. 또 친이(親李·친이명박)·친박 간 대리전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하는 데 당 지도부는 신경 쓰는 눈치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鄭 출마강행 싸고 계파 복원 움직임 감지

김부겸 등 의원 10명 “개인만 앞세워” 성명

비주류-초재선 일부 “당 분란 커져선 안돼”

■ 민주당

“당내 여러 세력 사이에 잠복돼 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될 것 같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5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재선거 출마 선언을 둘러싼 당내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민주당은 사실 여러 세력 간의 ‘불완전한 동거’ 체제였다.

지난해 7월 정세균 대표 체제 출범 후 당내 386 측근그룹이 주요 당직을 차지하면서 신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잠복돼 있었다. 공고하지 못한 정 대표의 리더십과 10%대에 고착화된 당 지지율 책임론은 두 차례의 ‘입법전쟁’으로 간신히 봉합돼 있던 ‘휴화산’이었다.

옛 열린우리당의 최대 계파 수장이던 정 전 장관이 13일 당 지도부의 부정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정 대표 체제에 도전장을 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세력의 목소리가 거세게 쏟아져 나올 기세다.

김부겸 김동철 백원우 신학용 양승조 우제창 이광재 조정식 최재성 김상희 의원 등 10명은 15일 성명을 내고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개인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앞세운 것, 지역구를 편의대로 옮기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정 전 장관을 비판했다.

정 대표의 386 측근그룹인 강기정 백원우 조정식 최재성 의원 등은 정 전 장관을 상대로 정풍(整風)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옛 민주계 의원들은 정 전 장관에게 2003년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며 “공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비주류 모임인 민주연대의 이종걸 의원은 “민주당의 지지부진을 털어내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의 선택을 환영했다. 초재선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14일 워크숍을 열어 “정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이상 당 분란을 막기 위해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당분간 여론의 추이와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 전북 지역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했고, 이번 주엔 당내 중진과 원로 인사들을 잇달아 만날 계획이다.

한 최고위원은 “정 전 장관을 공천할 경우 당장의 당내 분란은 최소화될 수 있지만 재선거 지역의 전략공천은 물 건너가게 된다”며 “정 전 장관의 공천 여부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주말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정 전 장관은 14일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원내에 진출하면 낮은 자세로 당에 봉사하고, 정 대표를 돕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않겠느냐”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대표는 15일 자신의 심경을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고 표현했다고 노영민 대변인은 전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백척간두에 선 것 같은 상황이지만 한 발짝 더 내디디면 살 수 있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대로 하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 출마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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