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쑤신 민주당… 공천 놓고 충돌 조짐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정동영 “4월 재보선 전주덕진 출마하겠다”

정세균 “책임있는 분에겐 先黨後私 원칙이 중요”

“동작에 뼈 묻겠다더니… 큰정치 포기한 셈” 비판

호남의원 22명중 9명 “미워도 공천해야” 현실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전북 전주 덕진에서 4·29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당 대표와 대통령선거 후보까지 지낸 그가 화려했던 과거를 모두 잊겠다는 선언입니다.”

13일 정 전 장관의 출마 선언 소식을 들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2007년 대선 패배에 이어 지난해 18대 총선에서도 패배한 그로서는 ‘지는 싸움을 더는 하기 싫다’는 심정이겠지만 그가 추구해 온 ‘큰 정치인’의 길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정 전 장관의 선언에 민주당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뒤숭숭했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 고향을 찾아 ‘쉬운 길’을 택한 데 대한 반감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정세균 대표는 “당의 책임 있는 모든 분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이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정 대표의 측근 최재성 의원은 “지금이 개인정치를 하는 시대냐”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은 정 전 장관이 2000년 재선 의원 시절 김대중 정권의 ‘2인자’였던 권노갑 당시 민주당 고문의 2선 후퇴를 외치며 정풍(整風)운동을 주도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가 이젠 정풍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이 현재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이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 때 “동작에서 뼈를 묻겠다”고 밝혔고 아직까지 지역위원장을 사퇴하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그가 말했던 뼈는 죽은 뒤 동작에 몸을 묻겠다는 뜻이었나 보다”고 냉소했다.

그가 출마 선언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단 한 차례의 상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나왔다. 정 전 장관은 정 대표 등 지도부에 출마 선언 4시간 뒤인 낮 12시경에야 전화를 걸어 자신의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의 출마로 앞으로 민주당의 진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우선 이번 재선거에서 ‘개혁공천’으로 바람을 일으켜 10%대에 고착화된 당 지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재선 의원은 “가뜩이나 ‘호남당’ 이미지가 고착화돼 이번 재선거의 승부처인 인천 부평을 지역 등의 표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의 선택이 곧바로 공천으로 보장될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그의 출마 선언에 대한 당 주류 진영의 부정적인 반응은 향후 공천심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이미경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자는 국민과 역사 앞에 당당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안희정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너십 정당에서나 있을 법한 처신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공천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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