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외유의원에 거마비 1000달러씩 지급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 ‘감사 있으나마나’ 국회예산 운용 실태

‘노는 국회’ 비난속 세금으로 장도 격려금까지 지급

예비금 매년 13억원 임의로 사용… 용처 공개 안해

출장규모 제한규정 무용지물… 이달 100여명 떠나

김형오 국회의장이 2월 임시국회 폐회 이후 공식 일정에 따라 해외 출장에 나선 대부분의 국회의원에게 ‘장도(壯途) 격려금’ 명목으로 1000달러씩을 지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여행 자제 권고한 김 의장의 장도 격려금 지급=9일 의장실과 국회의원 등에 따르면 김 의장은 해외 출장이 확정된 국회의원들에게 1인당 1000달러의 격려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은 해외 출장을 갈 때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장관급에 준하는 항공비와 숙박비, 교통비, 일비 등을 받는다.

또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의 외교활동 등에 대한 규정’에 근거해 외교 활동비를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국회의장으로부터 규정에도 없는 거마비 성격의 격려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과 올 2월 두 차례의 입법전쟁으로 ‘노는 국회’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잇달아 외국행에 나서는 의원들에게 세금으로 격려금까지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김 의장은 최근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의회외교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는 서신까지 보냈다. 김 의장은 이 서신에서 “우리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서 (의회외교 활동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꼭 필요하다면 현안 중심 의회외교와 경비절감 등의 원칙을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최근 “의원들이 3월 한 달 동안 휴회를 맞아 외유를 나가기 시작했는데 국회가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장실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급했던 돈”이라며 “국회사무처 국제국을 통해 공식적인 해외 활동으로 등록한 의원에 한해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밀주의’ 국회 예산의 실태=국회의장이 의원들에게 건넨 돈은 지출 용도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국회 예비금에서 지급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국회는 예비금이 있는데 국회의장이나 사무처가 용도를 결정해서 임의로 사용한다. 국회는 2007년부터 매년 13억 원의 예비금을 편성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용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계동 국회사무총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예비금의 일부인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상임위원장 이상급과 초선 등 급수에 따라 지급되는 액수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액수를 떠나 비공식적인 돈을 받을 수 없도록 국회 예산에 대한 감사 시스템을 투명하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의 국회 감사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견제 등 국회 차원의 자체 감사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사무처에 메스를 대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채연하 정책연구팀장은 “비상 상황에 쓰라고 마련된 예비비가 의장의 쌈짓돈처럼 의원의 해외출장 격려금으로 쓰이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철저한 국회 예산 결산을 통해 공과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해외 파견 3개 반 이하 조항도 사문화=국회의원의 외교 활동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같은 달에는 의원단의 해외 파견을 3개 반 이하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각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국회사무처 국제국 등을 통한 의원들의 공식 해외출장 계획은 이달에만 14개 반 70∼8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해외출장까지 합칠 경우 국회의원 재적의 3분의 1 이상인 1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18대 국회가 5월이 아닌 8월에 늑장 개원을 한 데다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가 계속 이어지면서 해외출장의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법안 처리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해외출장은 서둘러 한꺼번에 몰아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동아닷컴 이철,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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