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동호]미국이 손 내밀 때 北도 대화 나서라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김 참사 선생, 별일 없으신지요. 남쪽에서 대북사업 하는 분들은 요즘 한창 어렵습니다. 짐작하건대 북쪽의 대남일꾼도 비슷한 상황이겠지요. 경색의 원인을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은 무조건 남쪽 정부 잘못이라 우길 테니 따질 필요도 없고요. 다만 선생이 대외전략 분야에 계시니 참고하시라고 이야기 하나 들려드리려 합니다. 얼굴 보며 말하면 더 좋겠지만 당분간 그럴 기회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갓난아기가 울어댑니다. 계속 쉬지 않고 울기만 합니다. 게다가 한밤중입니다. 엄마는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못합니다. 처음 아기를 낳아본 초보 엄마이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왜 우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픈 건지 배고픈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엄마는 아기에게 다가가 말합니다. “너 세상에 처음 태어났지? 아기가 된 것이 처음이지? 나도 처음으로 엄마가 된 것이거든. 그러니 뭐가 문제인지 우리 서로 상의해보자.”

우스개 같지만, 아닙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야기한 본인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지난달 이화여대 방문 시, 어느 학생이 딸 첼시와의 관계를 질문하자 답변 중에 한 말입니다. 그리고는 덧붙였습니다. 자신은 지금도 그런 식으로 딸과 대화한다고. 성인이 되어 가면서 딸이 겪는 문제는 그녀가 처음으로 겪는 문제이고, 그런 딸이 처음으로 겪는 문제는 엄마에게도 당연히 처음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클린턴, 마냥 기다리지 않을 것

우선은 대화로 시작한다, 그것이 클린턴 장관의 스타일입니다. 어려서부터 걸스카우트며 자치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익히게 된 클린턴 장관의 사물을 대하는 방식인 셈이지요.

사람이란 자신이 전공하는 학문에 영향을 받는 법이어서 정치학이라는 그의 전공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그를 더욱 조련시켰을 것입니다. 대학 시절의 학생회장 경험이나 다양한 학내외 활동도 대화를 중시하는 그의 성향을 더욱 강화했겠지요. 변호사로 시작한 그의 사회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란 결국 대화와 타협으로 판결을 이끄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 100인에 두 번이나 선출됐을 정도입니다.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이 힐러리 클린턴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외교관(a naturally gifted diplomat)’이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김 선생, 그래서 클린턴 장관이 북한문제에도 우선은 대화 모드로 나오는 겁니다. 이미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이야기한 사실은 들으셨겠지요. 스티븐 보즈워스를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이유도 대사를 3번이나 지냈으며 외교의 핵심은 대화라는 인식을 지닌 인물이라서입니다. 그만큼 대화로 현안을 풀어보겠다는 의지입니다. 핵 문제가 해결되면 북쪽이 그렇게 원하는 양자관계 정상화는 물론이고 평화협정과 막대한 경제지원까지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은 무조건 대화만 중시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언제까지나 기다리지도 않을 겁니다. 이제 그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8년간 미국 대통령 부인으로 국내외 정치를 익혔고 80개국 이상을 방문했습니다. 8년간 상원의원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될 뻔했습니다. 대단한 정치인이 된 것이지요. 미국의 과거 어느 국무장관보다 정치력이 강하고 권한도 막강한 장관입니다.

그런 그가 내미는 대화의 손을 얼른 잡아야 합니다. 미사일 발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입니다. 그는 네 살 무렵 새로 이사 간 동네에서 또래 아이들이 괴롭히자 처음엔 참았지만 이내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준 아이였습니다. 대학 시절 마틴 루서 킹의 암살 직후에는 더욱 많은 흑인 교수와 학생을 뽑으라며 2일 동안의 학생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대학 졸업 시 대표연설에서는 바로 앞에서 축사를 한 상원의원의 연설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당찬 학생입니다.

미사일 발사하면 되레 역효과

김 선생, 흔한 말이지만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화를 제의하는 국면을 놓치면 안 됩니다. 물론 김 선생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보고서는 그렇게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선생의 조국을 위하는 길이고, 늘 외치시는 ‘우리 민족끼리’의 바로 그 남쪽 형제를 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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