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뒤집힌 ‘약속’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5분


금산분리완화법-저작권법 등 국회본회의 통과 무산

민주당, 자정 3분전 반대토론 신청 ‘지연 전술’

한나라 “3월중 다시 국회 열어 법안 처리할 것”

출총제 폐지-産銀 민영화법 등 60여건은 통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 여야는 구태정치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여야가 이날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전날 합의한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과 미디어 관계법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의 의사진행 방해로 끝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로써 정치권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은 처음부터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의미를 크게 상실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9시부터 본회의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대로 △금산분리 완화 관계법(은행법) △미디어 관계법(저작권법, 디지털방송전환특별법)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관계법(공정거래법) △산업은행 민영화법(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은 원안대로 10%를, 민주당은 8%를 주장하다 밤 11시 넘어서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다음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 측은 이날 정상적인 법안 처리가 안 되면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였지만, 한나라당마저 다음 국회 처리에 별 이견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결국 이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3월 국회를 바로 열면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 ‘방탄 국회’가 된다”며 “3월 중 적절한 시점에 국회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45분경 협상이 난항을 빚자 표결 처리를 통해 이들 법안을 정무위에서 본회의 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지만 결국은 본회의에 상정하지도 못했다.

저작권법과 디지털전환특별법은 밤 11시 40분경 법사위에서 본회의로 넘어와 상정됐지만 자유선진당 김창수,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반대토론이 길어지면서 회의 마감 시간인 밤 12시를 넘겨 통과가 무산됐다.

김 의장은 본회의 마감시간 3분 전에 이종걸 의원이 반대토론을 신청하자 “이 의원의 발언은 법안 통과를 막는 발언이다. 그래도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 의원은 “예”라고 답했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60여 명은 본회의가 산회되는 순간 희색이 만면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2월 국회에서 ‘MB(이명박) 악법’ 처리를 저지했다고 격려했다.

주요 쟁점 법안 처리가 무산되자 한나라당은 허탈한 분위기다.

2월 국회 법안 처리를 막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득 부의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게 무슨 일이냐”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친이명박계 주류인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방심하는 바람에 민주당의 전략에 허를 찔렸다”며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원내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한동안 김 의장 대신 회의를 주재하면서 본회의 마감 시한을 1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의 의사진행 방해에 말려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막판에 법안 처리 시한이 부족했다”고 성토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악의적인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로 민생법안이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60여 건의 비(非)쟁점법안과 함께 출총제 폐지 법안 및 산은 민영화법이 통과됐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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