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국회 도대체 뭘 하기에

  • 입력 2009년 2월 24일 16시 41분


(박제균 앵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폭력 사태를 빚었던 여야는 올해 1월6일 이번 임시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다음달 3일로 끝나는 2월 임시국회가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여야의 의견 차이로 쟁점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합니다.

(김현수 앵커)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정원수 기자와 함께 얘기를 나눠보겠

습니다. 정 기자, 쟁점 법안이라고들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들을 말하는 건가요.

(정원수) 예. 말 그대로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들을 말합니다. 신문과 대기업, 외국자본의 방송진출의 허용하는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 대기업의 소속 회사에 대한 출자 총액 제한을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산업자본에 대한 은행의 주식 보유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산은법 등 있습니다. 이밖에 복면집회 금지법, 집단소송법, 폭력국회방지특별법 등도 있습니다.

(박 앵커) 이들 쟁점 법안의 진행상황은 어느 정도인가요.

(정)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하나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쟁점 법안들이 상임위에 아직 상정조차 되지 않았거나, 상임위에 상정됐더라도 한발 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개혁 관련 법안입니다. 금산분리완화법, 출자총액제한법, 산업은행민영화 관련법은 1월7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법안이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상정이 됐습니다. 쟁점법안 중에서는 가장 빠른 상정인데요, 그러나 한달이 넘도록 상정된 상태 그대로입니다. 일단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면 법안 심사 소위를 구성해 여야가 논의를 해야 하는데, 야당은 법안심사 소위 구성 자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복면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안은 지난주 금요일인 20일 뒤늦게 상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김 앵커) 두 달 넘게 의견이 안 좁혀질 정도로 실제로 여야간 의견 차이가 큰가요.

(정)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보면 꼭 그런 거 같지는 않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처리하려고 하는 법안을 공개적으로는 MB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법인데요, 얼마 전에 정무위원회에서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여야 의원 모두 산업은행을 민영화해야 한다는데 반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떤 의원들은 "쟁점 법안도 막상 상정해놓고 토론해보면 여야간 쟁점이 없어서 더 합의가 안 되기도 한다"

라고 우스개 소리로 말하기도 합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여당시절인 17대 국회 때 발의했던 복면집회금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반대하는 것을 자가당착적이라는 비판하고 있습니다.

(박 앵커) 야당의 발목잡기 행태에 대한 비난 못지않게 여당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 예. 한나라당은 171석을 가진 거대 여당입니다만 의석수의 절반도 안 되는 82석의 민주당에 사안마다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신인 옛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 당시 과반을 조금 넘는 의석수를 갖고도 신문법과 종합부동산세법 등을 통과시킨 것과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우선 지도부의 대야 전략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협상을 하기 전부터 '입법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야당만 결집하게 만들었고, 협상을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협상 전략을 너무 일찍 노출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부의 공감대 형성도 부족했습니다.

(김 앵커) 결국, 쟁점법안은 2월에도 처리가 어려운건가요,

(정)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3일 의원총회에서 "모든 상임위는 늦어도 26일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말한 데 이

어 24일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에는 소위 쟁점법안을 전부 직권 상정해 처리해놓고 이제 와서 직권상정 제도를 없애자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데, 민주당이 상임위 상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초강수를 둘 수도 있습니다. 국회 상황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이 모두 처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4월 29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쟁점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선거 전후로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6월 국회까지 연기될 수도 있습니다.

(박 앵커) 발목을 잡는 민주당보다는 2배도 넘는 의석을 갖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거대 여당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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