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은 국가수반급 CEO장관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 오늘 방한 클린턴 美국무, 어떤 목소리 낼까

‘백악관 내조 8년’ 경험… 이슈별 거물급 특사 운영

“미국이 홀로 나서거나 국제사회가 미국을 외면하면 전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국무부 홈페이지 블로그에 띄운 글이다. 그는 원수지간이라도 필요에 따라선 협력해야 한다는 중국 고사성어 ‘오월동주(吳越同舟)’를 인용하기도 했다.

1961년 딘 러스크 국무장관 이래 미 국무장관으로선 거의 반세기 만에 첫 방문지역을 아시아로 택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이달 초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타진하고, 특사들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방위 협력 외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끝났음을 보여준다.

▽국가수반급 ‘마담 세크러터리’=클린턴 장관은 역대 국무장관과는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대통령 부인으로 이미 78개국을 방문한 그는 수많은 각국 정상과 접촉했고 아직도 잠재적인 민주당 대선 주자인 ‘국가수반급’ 장관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만찬에 초청해 의전을 격상시켰고 한국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그와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미 국무장관이 방한 때 대통령과 오찬을 한 전례는 없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 앞서 ‘여성’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일정을 마련했다. 이화여대를 방문하고 여성지도자와 간담회를 갖는 이벤트는 과거의 국무장관들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클린턴 장관이 아직 대선 후보로 착각해 자신의 대외적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경영자(CEO) 겸 현안 조율사’형 국무장관=클린턴 장관은 실무를 꼼꼼히 챙기기보다는 큰 그림을 중시하는 정치인 출신이어서 전임 매들린 올브라이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같은 실무형 장관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클린턴 장관이 지역별로 굵직한 현안에 대한 해결 역할을 거물급 특사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관계 부처와의 조율이나 의회와의 협의에 무게중심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협상이나 실무를 아래에 대폭 위임하고 당장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등과의 조율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미국 외교의 전체적 방향을 제시하는 ‘통 큰 행보’에 주력할 것이라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순방도 캐나다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런던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지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의 외교 스타일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시아 순방은 그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낼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중적 대북 메시지=국무부의 차관보급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지 않은 현재까지 클린턴 장관은 아직도 ‘한반도 팀’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북한 특사도 아직 내정 단계여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진 않았다. 이라크대사로 내정된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이번 방한을 수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 현안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방에 나섰기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북한에 대해서도 ‘부드럽게 대화하되 큰 채찍을 든다’는 원칙적 메시지를 보내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클린턴 장관은 북핵 폐기를 위한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는 한편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부정적인 행보에는 강력한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클린턴 장관은 한국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한미 전략동맹’을 발전시킬 계획인지, 그리고 글로벌 문제에서 어떤 협력 방안을 제시할지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北미사일, 6자회담 의제로 삼겠다” ▼

일본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6자회담의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이는 도발적이고 유익하지 않다. 목적이 무엇이건 미사일 발사를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6자회담에서는 미사일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클린턴 장관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선 “6자회담은 유익한 협의의 장”이라고 전제한 뒤 “(조지 W 부시) 전 정권은 6자회담을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도 했다.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 6자회담과 북-미 양자 접촉을 병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ABC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낸다는 의지에 변화가 없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유화적이라는 관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만약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완전하게 핵프로그램을 제거한다면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이 같은 혜택은 북한의 약속이행에 따른 대가”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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