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5차례 대책 내놨지만 실천은 2.57 최하점수

  • 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8분


윤증현 기획재정부(왼쪽)이 12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기 전에 전임 장관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진지한 표정으로 정책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왼쪽)이 12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기 전에 전임 장관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진지한 표정으로 정책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업환경 개선-감세 높은 점수… 지역상생은 미흡

쇠고기 시위-금융위기에 컨트롤타워 不在도 영향

경제 전문가들이 이명박 정부 1년 동안의 경제정책 방향은 적절했다고 보면서도 추진 속도를 ‘기대 이하’라고 평가한 것은 정책목표(방향성)와 현실(추진 속도)의 간극이 그만큼 컸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같은 괴리는 촛불시위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 못지않게 정부 경제팀 내 컨트롤 타워(사령탑)의 부재 같은 내부 요인의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수도권 규제완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제정책들이 대체로 방향은 맞지만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우려했다. 따라서 정책 추진의 속도를 높이려면 시급한 과제 위주로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 규제완화 방향 공감, 실적엔 의문

설문에 응한 경제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성에 대해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정책, 감세(減稅)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는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5점 만점에 각각 4.33점, 4.17점의 높은 점수를 줬다.

이런 정책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는 움직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를 합리화하면서 지방의 농·산지에 대한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해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相生)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정책도 4점으로 평균점수(3.94점)를 웃돌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수도권을 억제하고 지방을 살리는 쪽에 무게가 실려 국가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9개 정책의 추진 속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86점을 받아 ‘보통 수준’(3점)에도 못 미쳤다. 공공기관 선진화(2.57점), 새로운 노사문화 확립(2.6점), 방송·통신 선진화(2.7점),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2.73점),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 발전(2.8점) 등 5개 정책은 평균 이하였다.

공공기관 선진화는 정부가 5차례나 개혁 방안을 내놨지만 구체적으로 실현된 게 별로 없다는 점이 최하위 평가를 받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방향성과 추진 속도의 괴리가 가장 큰 정책은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의 방향성에 4.07점의 높은 점수를 줬지만 추진 속도는 2.73점으로 평가해 차이가 1.34포인트나 벌어졌다.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수출 증대와 더불어 외국인 투자유치가 필수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현장에서 먹힐 만한 대안을 내놓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기업규제 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격차 1.33포인트) △공공기관 선진화(1.26포인트) △방송·통신 선진화(1.23포인트)도 정부 계획에 비해 추진 속도가 더딘 정책으로 꼽혔다.



○ 안팎 악재로 정책 추진 속도 떨어져

평소 ‘속도’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감안할 때 경제정책의 추진 속도가 ‘기대 이하’ 평가를 받은 것은 정부로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직후 핵심 경제정책 과제를 일찌감치 내놓았고, 작년 4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는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도록 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서민경제가 살아나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정책 추진 속도가 느려진 데는 대내외 악재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는 “불행히도 현 정부 초기에는 촛불시위 사태가 있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개혁의 실천이 지연되거나 수정됐다”고 진단했다. 국회의 소모적 정쟁(政爭), 정부 내 인사(人事)를 둘러싼 잡음 등 비경제적 변수도 정책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정부 경제팀 내부의 리더십 확립 실패로 정책의 초점이 흐트러지고 외부 악재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경제정책의 우선순위가 불확실하다 보니 동시다발로 개혁안을 내놓고 전선(戰線)을 전방위적으로 형성했다”며 “이런 방식은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데다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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