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홍보지침 내린 행정관 구두경고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비장의 무기?한승수 국무총리(왼쪽)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13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용산 참사 e메일 홍보지침 문제와 관련해 공방을 벌이다 각자 준비해 온 관련 서류를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비장의 무기?
한승수 국무총리(왼쪽)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13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용산 참사 e메일 홍보지침 문제와 관련해 공방을 벌이다 각자 준비해 온 관련 서류를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강호순 e메일’ 공방 확산

野 “여론조작 지시-보고라인 밝혀야”

청와대는 13일 ‘용산 참사에 대한 비난여론을 덮기 위해 강호순의 연쇄살인을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의 청와대발 e메일 논란과 관련해 “경찰청에 e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난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에게 구두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는 행정관이 개인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그러나 지침이나 공문을 경찰청에 내린 사실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e메일을 보낸 사실 자체가 없다던 청와대가 이젠 행정관의 개인 e메일이라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면서 “청와대는 누구 지시로 여론조작 지침을 내렸고, 경찰청은 어느 선까지 보고해 실행에 옮겼는지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통령실장, 수석비서관, 행정관을 소환해 진상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도 “국민소통비서관실은 ‘소통’ 비서관실이 아니라 ‘조작’ 비서관실”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홍보지침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청와대가 경찰청에 보낸 ‘e메일 원본’이라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A4용지 한 장을 꺼내 보인 뒤 e메일을 작성한 행정관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또 11일 긴급현안질의 때 한승수 국무총리가 ‘청와대가 경찰에 문건을 내려보냈느냐’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의 질문에 “‘메일’을 보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한 점을 들어 한 총리가 사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캐물었다.

이 의원이 “당시 총리가 ‘메일’이란 용어를 쓴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몰아붙이자 한 총리는 “본래 제가 영어를 좀 하는데…, 보통 외국에서는 메일이라고 하면 e메일이 아닌 우편물을 뜻한다”고 해명했다.

같은 당 백원우 의원은 이번 사건을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을 의미)에 비유했다.

백 의원은 “이번 사건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을 덮기 위해 참모들이 엉뚱하게 대외적 안보 여론을 조장했던 것과 똑같다”며 “행정관 개인의 실수로 축소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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