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날 상황은 이렇다. 오전 11시 국회 정보위원회는 원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하기로 했다.
초안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본회의 개회 직전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보고서에 첨부할 의견서를 정리했고 오후 3시 25분 최병국 정보위원장에게서 “오후 3시 반까지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들이 부랴부랴 최 위원장실을 방문한 것은 오후 3시 40분. 최 위원장이 이미 보고서를 결재해 국회 의안과로 보낸 뒤였다. 이 보고서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거쳐 곧바로 청와대에 송달됐다.
청와대는 오후 4시 40분 원 원장을 포함해 8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열었다. 당초 수여식은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원 원장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오기를 기다려 40분 늦춘 것이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반드시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가 폐회, 휴회,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한해 본회의 보고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12일에는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각종 법안과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등으로 본회의는 오후 4시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변호사시험법안이 여당의 반란으로 좌초된 것도 이날 본회의에서였다.
야당은 이날 상황이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의 본회의 보고를 생략한 것은 명백한 인사청문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청와대 일정에 맞추기 위해 여권이 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권은 ‘속도전 앞에 절차는 안중에도 없다’는 세간의 비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 용산 철거민 사태와 관련해 과잉진압 논란이 인 것도 그 때문 아닌가.
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관계자는 “결국 이런 법 절차 무시의 최대 피해자는 국정원이 될 것이다. 국정원이 한동안 정치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개탄했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