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생일날 만났지만, 의견차 여전

  • 입력 2009년 2월 2일 16시 55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일 모처럼 만나 당의 화합을 강조했지만 박 전 대표는 여권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 방침에 대해 여전히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날은 박근혜 전 대표의 생일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요즘 사정이 어려우니까 당 생각이 난다. 당이 힘이 없으면 되는게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당을 두고 ´숫자는 많고 화합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화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럴 것"이라며 "중진들이 중심이 되서 금년 1년 힘을 잘 모아주면 정부가 열심히 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년간 당이 어려울 때 수고 많았다. 중진들을 모시는데, 조금 늦었다"며 "지난 1년이 정신없이 지났는데 구정이 지나고 어려우니까 당 생각이 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어려우니 간절한 것 같은데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다 함께 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과 함께 도착한 박 전 대표는 맹형규 정무수석의 영접 아래 환담장에 들어섰다.

박 전 대표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신발(슬리퍼)을 신고 들어가도 되느냐"고 질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조금 뒤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영접을 받으며 미리 도착해 있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농담조로 "왜 이리 엄숙한가"라고 말하며 등장한 이상득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여기 (상춘재는) 처음이다. 올 일이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곧이어 활기찬 목소리로 "환영합니다"를 외치며 입장한 이 대통령은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여전히 빨간 넥타이"라고 농담을 건넨 뒤 박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이날 박 전 대표가 생일을 맞이한 점을 의식한 듯 "오늘 또… (생일이다)"라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됐다"고 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날짜를 맞춘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준비된 한과 한 개를 접시에 담아 박 전 대표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난 몰랐는데 (오늘이) 생일이라고 그제 들었다. 좋은 날 와서 오늘 아주 잘 됐다"고 인사를 건네면서 정정길 대대통령실장에게 "준비한 생일케이크는 없느냐"고 물었다.

박 전 대표는 박희태 대표와 함께 이 대통령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경률 사무총장, 조윤선 대변인,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 허태열 공성진 박순자 송광호 박재순 최고위원, 박근혜 전 대표, 홍사덕 이상득 김무성 정의화 박종근 이해봉 이윤성 황우여 김영선 남경필 안상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몽준 최고위원과 이경재 중진의원은 해외 출장 관계로 불참했다. 청와대측에서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맹형규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김해수 정무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여권의 임시국회 쟁점법안 우선 처리방침에 우려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살리기와 쟁점법안과 관련해 이야기를 했다"면서 "2월 쟁점법안 처리가 예정돼 있는데,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연초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강행처리 입장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데 이어 이번 회동에서도 국민 공감대 형성없는 임시국회 일방적 `속도전'에 사실상 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사회통합도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이 된다"면서 "정부가 바라보는 쟁점법안에 대한 관점이나 야당과 국민이 보는 관점이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그런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어떤 점이 옳고 그른가, 국민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 토론하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2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내 입장은 충분히 국민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추진되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경제가 어렵고 세계 경제가 악화되니 어려움이 많겠지만, 경제를 살려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용산참사'와 관련해선 "따로 이야기가 없었다"면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 거취에 대해선 "검찰 수사 중이니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만 말했다.

한 오찬 참석자도 "박 전 대표가 미증유의 세계경제 위기니 우리가 힘을 합해서 잘 해야 하고, 대통령이 잘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면서 "2월 임시국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쟁점법안들을 너무 조급하게 처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박 전 대표가 쟁점법안과 관련, 국민과 야당 및 정부가 갖고있는 법안을 보는 관점이 다르니 괴리가 하루 빨리 줄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지난 연말 같은 여야 충돌로 국민에게 실망을 주면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선(先) 공감대 형성'을 주장하며 여권의 쟁점법안 강행 처리에 거듭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여권내 조율 과정이 주목된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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