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의사당인지… 농성장인지…”

  • 입력 2009년 1월 1일 00시 11분


■ 국회 본회의장 들어가보니

매트… 이불… 등산용 자일… 대형현수막…

지난해 12월 31일 기자가 찾은 국회 본회의장 내부 모습은 장기 농성장을 보는 듯했다. 이곳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6일째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국회 본회의장 뒤쪽으로는 80여 개의 매트와 이불이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의원들의 좌석에는 잠바나 방한용 조끼가 걸쳐져 있었다. 더러 목장갑과 수건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은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이 최종 결렬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10시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속기사 출입구를 개방했다.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미로 같았다. 민주당은 본회의장에 이르는 길목 곳곳을 집기를 쌓아 봉쇄해 놓았다. 이 때문에 바리케이드를 피해 사무실과 복도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자 본회의장으로 이어지는 속기사 출입구의 좁은 계단이 나왔다.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의장석 전면에는 ‘휴대전화 도청, 재벌방송, 재벌은행 반대’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상당수 의원은 곳곳에 흩어져 의자에 기대 잠을 청하거나 책이나 신문을 읽고 있었다. 몇몇 의원은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60여 명의 의원은 경호권 발동에 대비해 모두 허리에 ‘인간 사슬’을 잇기 위한 등산용 자일을 두르고 있었다. 12월 31일 0시 30분이 되자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경위들이 들어와도 새벽에 들어올 것 같다. 일찍 주무시는 게 전력에 도움이 된다”며 의원들에게 취침을 독려했다.

의원들은 각자 짐 가방에서 셔츠와 체육복 바지 등을 꺼내 휴게실에서 갈아입었다. 능숙하게 좌석 사이에 난 통로에 매트와 이불을 펴고 누웠다. 난방이 잘돼 일부 의원은 러닝 차림에 양말을 벗은 채로 잠을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은 본회의장을 기자에게 공개하며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는 의원들의 모습을 사진 촬영하거나 메모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진기자들이 의원들의 취침하는 모습을 계속 카메라에 담자 12월 31일 오전 1시 반경 “모두 철수해 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국회 경위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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