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이재오 (사진) 전 의원의 측근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이 전 의원에게 전하도록 한 메시지의 ‘참뜻’을 놓고 여권 내에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으며 한국에서 같이 일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 지난해 대선에서 열심히 뛰어준 것에 감사하고 여전히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최측근 중 한 명인 이 전 의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는 데는 여권 내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 여부와 시점 등에 대해선 해석이 다르다. 이 전 의원은 최근 뉴욕의 한 강연회에서 “비자가 내년 5월 만료되지만 꼭 비자가 끝날 때까지 (미국에) 있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오계 그룹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대체로 “이제는 외유를 접고 귀국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 재선 의원은 “여권 내에서 대통령을 도울 중심축이 없는 상황에서 ‘같이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데 발언의 무게가 실려 있다”며 “조만간 도와달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 측이나 친이 그룹 내 비(非)이재오계에서는 오히려 “조급해하지 말라”는 쪽으로 풀이한다.
한 소장파 의원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한 것은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에 정부 여당의 힘을 모아야 할 때인 만큼 믿음을 갖고 느긋하게 더 기다리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