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감세법안 통과 또 무산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3시 00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정면에서 오른쪽)와 소속 의원들이 9일 오후 감세 법안 통과에 반대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을 점거하자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왼쪽에서 첫 번째) 등이 항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정면에서 오른쪽)와 소속 의원들이 9일 오후 감세 법안 통과에 반대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을 점거하자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왼쪽에서 첫 번째) 등이 항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민노당, 법사위원장실 점거… 연이틀 실력행사

“의석 5석 정당이 나머지 정당 의견무시 폭거”

한나라-민주 내일 전체회의서 법안 처리키로

국회가 비교섭 단체인 민주노동당의 실력 행사로 연일 파행을 빚고 있다.

여야는 진통 끝에 합의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감세(減稅) 법안’들을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지만 민노당의 저지로 법안 상정 자체가 무산됐다.

원내 5석을 갖고 있는 민노당이 교섭단체 간 합의 내용을 물리력을 동원해 무력화한 것이다.

민노당은 8일 ‘12일 예산안 처리’ 합의를 위해 소집된 3개 교섭단체 대표 회담을 실력으로 저지한 데 이어 9일에는 법사위원장실을 점거해 두 번째 실력 행사를 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이정희 의원 등은 이날 오전 유선호 법사위원장을 항의 방문해 감세안 상정에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시했다. 유 위원장은 민노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안 처리를 오후로 미뤘다.

법사위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등 교섭단체 합의에 따라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종부세 및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 감세 법안을 처리한 뒤 본회의에 바로 회부할 계획이었다.

민주당 소속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여야가 상임위에서 합의한 법안을 충분히 토론하겠다”며 민노당을 설득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감세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재벌과 부동산 투기자의 곳간을 채워 주는 일”이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민노당의 실력 저지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민노당은 오후 1시 반경 국회 본청 앞에서 ‘서민 말살, 부자 감세 규탄 당 결의대회’를 가진 데 이어 강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5명이 법사위원장실을 다시 점거했다. 특히 당직자 20여 명은 위원장실 복도에서 법사위원들의 출입을 몸으로 막았다.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민노당 의원이 참고인으로 참석해 감세 법안에 대한 당의 방침을 설명할 기회를 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정희 의원은 “법안 처리를 전제로 한 논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민노당의 실력 저지가 계속되자 유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 상정 대신 11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하자”며 여야 간사에게 중재안을 제시했고 여야 간사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장 의원은 “299석 중 5석을 가진 민노당이 나머지 정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주장만 국민의 의사라고 강변하는 것은 국회법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의회 민주주의를 짓밟은 폭거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시한인 12일 본회의를 하루 앞둔 11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해 감세법안을 처리하기로 다시 합의했다.

하지만 민노당의 실력행사가 계속될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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