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정부 간담회서 절박한 호소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바이어들의 주문 취소와 원자재 수급난, 주가하락·자금난 등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회장)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없애려면 남북경협의 확고한 추진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25개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는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로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미 시작된 피해=바이어와의 주문 상담도 미루고 급히 참석한 기업대표가 있을 정도로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A사 대표는 “금융위기로 유동화자금을 신청했는데 오늘 아침 결국 금융·보증기관으로부터 보류 통보를 받았다”며 “내년 상반기 물량을 생산하려면 지금 원료를 투입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중국 공장을 정리해 개성에 집중했다는 B사 대표는 “공장은 생물과 같아서 하루만 문을 닫아도 복구가 힘든데 오늘 협력업체가 원단을 보내줄 수 없다고 해서 공장을 세워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C사 대표는 “미국 쪽과 수출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사태 때문에 물량이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해 11월 겨우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D사 대표는 “(납기 가능성을 타진하는) 거래처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설득에도 한계가 있어 애로가 크다. 주문이 줄어들면 존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사 대표는 북측 김영철 중장이 6일 개성공단 내 자사 공장을 방문한 상황을 소개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는 “김 중장이 ‘(남쪽으로) 내려가서 하시죠. 여기는 우리 군부 땅이니 회수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치-경제 문제 분리 요구=F사 대표는 “북측 사람들은 만나보면 전단(삐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을 닫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수의 대표들이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도 전단은 있었지만 막지 못했고 북한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전단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이날 우리 정부가 의연하게 대처하라고만 한다며 성토를 하면서도 북한에도 책임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G사 대표는 “오늘 회의 일정을 앞두고 북한 당국이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정부를 압박하라고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고 H사 대표는 “몇 년을 상대해 왔지만 북한 당국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그저 조심스럽게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대표들은 사태가 심각한 만큼 우리 정부가 12월 이전까지 가시적인 조치를 해 줄 것을 촉구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