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정부의 예측력, 盧 정부보다 나은 게 있나

  • 입력 2008년 10월 8일 02시 49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현재의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많이 다르다. 정부가 면밀히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발 금융경색이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정부의 정책 실패와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로드맵 삼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고통스러웠지만 탈출구가 없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정부의 예측 능력마저 기대 이하여서 장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인 작년 10월만 해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국제금융시장 시스템의 위기나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의 비중이 감소하고 미국 경제와 아시아 국가 간 비동조화(decoupling) 경향으로 인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엉터리 분석과 예측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예측력이 그보다 나은 것도 아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을 겨냥해 “무늬만 경제대통령이지 노무현 대통령보다 나은 게 없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억울해할 것 없다. 모두가 이 대통령과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가벼운 언행(言行)과 근거 없는 낙관론을 보면서 시장이 내린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돼 가던 9월 “우리 경제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국내에서 9월 위기설이 수그러들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환율과 외환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안정돼 있다”고 자족하다가 그제는 “실물경제에 금융위기가 퍼져 나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올해 성장률 예측도 6%(3월)에서 4.7%(7월), ‘4% 초반’(10월 1일)으로 계속 바뀌었다. 예측이 어려울수록 ‘경제는 좀 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섣부른 예측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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