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盧, 호남표 덕분에 당선하고도…배은망덕”

  • 입력 2008년 9월 24일 10시 39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진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남 국회의원 비판에 대해 “노 대통령 자신은 호남표로 당선했으면서 배은망덕한 말씀”이라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호남의 선량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는 글을 남겨 파문이 일었다.

박 의원은 24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노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도 유독 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는 말을 많이 했다”며 “호남사람들이 노무현 좋아서 투표했느냐, 이회창 당선 안시키려고 호남당 벗어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런 말씀을 박근혜 대표에게 하면서 연정 제안을 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실 민주당을 망치신 분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민주당 정책으로, 공약으로, 민주당 제 지지세력으로 당선하셨으면서 당선시켜준 당을 분당 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결국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 자신이 받았던 지지표를 이번 선거에선 반토막 내서 한나라당에다 정권을 바쳐준 꼴”이라며 “한나라당 공천이면 무조건 당선되는 영남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먼저 말씀하셔야지 표 찍어주고 지지해준 호남 분들에게 그런 말씀하시는 것은, 호남 국회의원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나 자기 지지를 해준 기반이 있다”며 “그 기반을 기초로 해서 영역을 넓혀 가야지 지지기반을 없애고 영남으로만 가야 한다는 것은 마이너스 정치”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근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현실정치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노 대통령 자신이나 측근들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저는 믿고 있는데, 국민들은 안 믿더라”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미 주의자이고 북한에서는 가장 개혁개방주의자라는 다소 생소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는 과거 우리 한반도를 침략한 적이 있어 믿을 수 없지만 영토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우리를 한번도 침략한 적이 없는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 미군이 한번도에 주둔하는 것은 북한을 침범하지 않는 그런 조건이라면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야 되고 통일 후에도 미군이 주둔을 해야만 한반도 평화, 동북아의 세력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북한이 핵시설 봉인 제거 요청 등 강경 대응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을 압박하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불능화 조치로 가고 있는데, 왜 믿지 못하고 테러지원국 해제를 해 주지 않느냐는 항의”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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