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부패’ 방치하곤 法治 못 세운다

  • 입력 2008년 7월 20일 23시 01분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 30명에게 3900만 원을 뿌린 혐의로 구속된 김귀환 의장의 ‘뇌물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김 의장에게서 후원금 명목으로 몇백만 원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어느 중진 의원은 수억 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심지어 “김 의장이 입을 열면 무사할 한나라당 의원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국회의원이 적법절차에 따라 대가성이 없는 후원금을 받았다면 문제 될 게 없다. 근거 없는 소문으로 특정인과 특정 당을 음해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럼에도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의장은 시의원들에게 돈을 건네면서 왜 하필이면 한나라당 의원 2명의 사무실을 이용했을까. 김 의장과 해당 의원들이 그만큼 유착돼 있다는 증거 아닌가. 경선과정에서 김 의장의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의장선거가 강행됐다는 얘기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 대표는 서둘러 국민에게 사과했고, 서울시당은 김 의장이 아직 기소되지 않았는데도 오늘 윤리위를 열어 당원권 정지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선후(先後)가 바뀌었다. 이 사건에 대한 의혹부터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충 봉합하고 넘어가면 화(禍)만 더 키울 뿐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한나라당의 지방의회 장악에 있는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어 서로 눈감아주는 풍토가 비리를 양산할 수 있다. 그러나 부패 사건 때마다 한나라당이 연루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당의 체질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부패 정당’이라는 오명(汚名)을 씻기 위해 천막당사 생활을 하고, 당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고, 재야인사를 당 윤리위원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직 이 모양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에게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 이상의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당의 체질을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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